우리 이별까지 배려하자. 되도록 나는 최대한 신사답게 끝냈다고 생각해. 더 이상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잠수를 타려 했겠지. 그걸 내가 빨리 알아 챈거고. 이봐 당신, 정신 차려. 나도 당신이 100% 맘에 들어 거두어 들이려 한 건 아니니까 말이야. 흐리멍덩하게 끝맺은 사람이었으니 이 거지 같은 관계를 이쯤에서 끝낸 거에 난 아주 만족해하고 있어. 자신을 왜 숨기면서 살아가는지 좀 안타까워. 자기 자신한테도 솔직하지 못해서 타인에게 상처 주는 당신은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아무리 다른 사람 찾아봐. 나만큼 무게 재지 않고 맘에 들면 최선을 다하는 사람 보기 드무니까. 난 자신 있어. 당신은 또 나만 진심이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나 스스로 자책하게 했어. 내 잘못이 전혀 아닌데 말이야.
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에 '1' 표시가 사라지지 않았겠지만 미리 보기로 본 거 다 알고 있어. 당신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난 왜 이럴까,," 생각하겠지. 그것조차 기대하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 같은 사람은 나에겐 매력이 없거든. 신뢰를 쌓기는 오래 걸리는데 무너지는 건 순간이야. 그걸 단숨에 해냈으니 아주 대단하신 거지. 대체 그게 무슨 예의 없는 행동인가 싶더라니까. 글 소재가 다 떨어져서 심심했는데 뜻깊네. 흑역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아, 행복하길 바라." 이런 솔직하지 못한 말들은 다 뺐어. 그냥 살아. 나와의 만남에서 아무런 반성도 하지 말고 얻어 가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어. 반성, 성찰 이런 거 아무것도 없이. 별 감정을 나눈 게 있어야 아쉬움이라도 남는 거 아니겠어. 그냥 경험이라고 생각할게. 스쳐 지나가는.
아,맞다.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당신이 쓰는 그 딥티크 향은 좋더라. 오드 플레르 드 뽀? 향이 좋아서 네 병 째 쓰는 거라며. 근데 향만 좋다고 그 사람이 매력 있는 게 아니야. 당신의 태도로 사람 자체가 빛날 때 부수적으로 기억에 남는 게 향이야. 그래서 당신의 시그니처 같은 그 향을 앞으로 나도 써보려고. 당신과의 만남으로 알게 된 이 향으로 더 젠틀한 사람 만날 거야. 왠지 이 향은 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
속 시원하게 끄집어 낸 이 글은 어차피 당신은 못 읽어. 내가 다 차단했거든. 내 지인들은 다들 당신이 누군지 궁금해할 거야. 누가 우리 재현이를 힘들게 했는지 캐물어 볼 거라고. 누구와 다르게 함부로 입을 놀리지는 않을게. 이러는 게 더 없어 보이려나.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며 살아야 하나 싶어. 남들 시선 안 챙긴지 오래돼서 괜찮아. 쿨하게 살아가고 싶거든. 새로운 사람 천천히 만날 거야. 급하지 않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만날게. 나라는 사람 자체를 인정해 주고 나도 그럴 관계. 하나를 주면 두 개를 받고, 세 개를 주면 네 개를 받아, 더 이상 네 거, 내 거가 의미 없어 함께 3000 만큼 사랑하는 사람 만날 거야. 머지않아 그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