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이피 Nov 23. 2023

말을 아끼자는 겁니다.

  어릴 적 자주 사 먹던 코카콜라 위에는 ‘음료’라고 점자표기가 되어있습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올록볼록한 점자를 더듬어 볼 때마다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생기고 맙니다. 나에겐 작은 점들에 불과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작은 점이 하나의 선이 될 테고 숨통이 되어줄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각자의 처지에 놓인 채 동시에 다른 게 많다는 것을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사람들이 다름을 인정하는 걸 왜 어려워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다름을 옳고 틀린 것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직 인정해줄 만한 여유가 없는 걸까. 아니면 우리에게도 어떠한 것으로도 메꿀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있는 걸까. 도무지 알 수 없고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 세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연 하나쯤은 떠안고 살아갑니다. 나만의 이야기, 그 특별함을 기존의 틀에 벗어나 보이기라도 하면 우린 틀린 것이라 여깁니다. 오랫동안 날 봐달란 것도 아닙니다. 나를 짊어지고 살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사연에 크게 공감해 달란 것도 아닙니다. 이상합니다. 나사가 하나씩은 빠진 채 세상이 돌아갑니다. 까닭과 사정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인 듯합니다. 이 세상이 미울 때도 있습니다. 항상 좋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속 좁아 보이고 심할 경우 인류애까지 떨어집니다. 혼자 경멸합니다.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에 휩싸이고 상처받지 않으려 날을 세워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언행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사람들의 평소 모습을 눈에 잘 담아두고 있습니다. 거친 언행들의 샌드백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건이 아닌 나는 타격감이 약한 물렁한 심을 가지고 삽니다. 그렇기에 날을 세운 채 자신을 지켜 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말은 부메랑이라 믿습니다. 입 밖으로 뱉은 말들에 평가받고 색안경이 씌워지기도 합니다. 결론은 다시 칼이 되어 되돌아옵니다. 인간은 감정이란 걸 가지며 생각이란 걸 할 수 있기에 이를 잘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필터의 제 역할을 잘 이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 습관입니다.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고들 말하지 않습니까.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말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을 지켜 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우주보다 더 고귀한 영혼을 가지게 됩니다. 

 

  제일 추상적인 ‘영혼’이란 것.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영혼이 과연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꽤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영혼 아래 잘 포장되어 있습니다. 포장지 안에 인간의 근본적이고 갓 태어난 아기처럼 때 묻지 않은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습니다. 나는 그 무언가를 영혼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감히 정확히 "이것이다."라고 칭하기는 어렵습니다. 순수함이라고 하기엔 뉴스만 보면 악마와 같은 인간의 탈을 쓴 자들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에 아닌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무언가의 실루엣을 저만 느낄 수 있는 겁니까. 다시 결론으로 돌아가자면 내 말투와 억양, 톤, 제스처, 말의 의미, 전달 방법이 내 품위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내 인격과 품위 따위가 중요치 않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들의 품위가 떨어지는 일에 상관하지 않지만 타인의 귀에 불편하게 들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비흡연자가 원치 않는 담배 스모그를 맡게 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의 뇌에 검은 연기를 내뿜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께 제 진심을 드러내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미성숙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 모두는 자기도 모르게 미성숙하다는 평판을 받아왔을 수 있습니다. 실수를 하면 이를 고쳐보고 용서도 구해보려는 노력을 하기에 우리는 지덕체를 갖춘 정상인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제 역할을 다하면서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말을 아끼자는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을 위탁하지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