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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la choi Jun 05. 2024

3. 부딪히다

이론과 다른 현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달랐다. 닭가슴살인데도 아침 식후 혈당이 치솟고, 공복혈당도 계속 수치아웃이고... 도시락을 싸고 항상 같은 걸 먹는 게 금방 질려버리기도 했다. 

(특히 오이가 물려서 출산하고도 거의 7개월 동안 못 먹다가 진짜 최근이 되어서야 먹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침에 먹으려고 꺼내둔 채소를 반 정도 먹다 속이 안 좋아서 토하기도 하고, 겨우 택시로 출근은 했는데 사무실 도착해서 토하기도 했다. 


내가 가장 간과한 사실은, 임신성 당뇨는 호르몬으로 인해 혈당 조절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 / 임신성 당뇨병 바로 알기


공복혈당이 아슬하게 정상이었던 식단관리 2일차, 닭가슴살, 샐러드, 현미밥을 먹었는데도 식후 1시간 후 혈당이 163이 나왔다. 저녁도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고... 이때부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출산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는 인슐린에 대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때는 인슐린 주사를 시작하는 게 정말 환자가 되는 것처럼 좌절감을 가지고 왔다. 회사 출퇴근할 때도 인슐린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가, 그럼 어떻게 주사를 맞고 먹어야하지? 등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결국 인슐린을 처방받았다. 이것도 한 병원 안에서의 산부인과와 내분비내과 주치의들의 의견이 엇갈려서 정기검진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날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내분비내과 주치의가 임신성 당뇨 관리 수첩에서 조금이라도 오른 수치에 동그라미 치면서 확인하고 있으면, 산부인과 주치의는 태아의 성장 속도가 2주 정도 늦기 때문에 혈당이 조금 높아도 먹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고.


임신을 하고 있는 것도 힘든데 나를 잡아가야 하는 게 결국은 나인게 힘들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았다.


인슐린을 처방받고도 2주는 더 식단관리로 버텨보았지만, 결국 인슐린을 시작했다. 4단위로 시작했던 인슐린은 2주마다 2단위씩 올랐고, 마지막에는 14단위까지 맞았었다.


거기다가 인슐린 부작용까지 와서 인슐린을 교체하기도 했다. 임신성 당뇨는 복부에 직접 주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허벅지에 많이 놓는 편인데, 주사를 놓은 허벅지 부위가 붓고 가렵고, 결국 난장판이 되어 임시방편으로 아기에게 쓰는 비판텐을 사서 바르기도 했었지만, 인슐린 교체가 그나마 답이기는 했다.


이런 좌충우돌하고 있는 사연이 생겨가면서 나도, 아이도 만삭이 되었고 출산휴가 시작과 함께 출산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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