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버찌
2023년 9월 15일 오전
매일 달라지는 버찌 컨디션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꽤 지나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어제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났다. 지난주 친구들을 만나 버찌 얘기를 했을 때도 안 울었는데 왜 엄마에게 얘기하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니 가족만큼 버찌를 옆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이 없고, 그 누구보다 버찌에 대해 잘 아는 사람끼리 이야기를 해서 공감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버찌는 하루하루 약해지고 있다. 일어나 있는 시간보다 엎드려있는 시간이 더 길다. 최근엔 음식도 잘 못 먹고 토를 많이 한다. 매일 달라지는 버찌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 버찌가 아프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그런데 그 작은 몸으로 하루하루 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전처럼 밥을 달라고 조르며 야옹야옹 울고, 밥을 주지 않으면 서랍장 위로 올라가 물건을 떨어트리며 나를 깨울 것 같다. 간식을 보여주면 먹고 싶어서 애교를 부릴 것 같고, 달리기 놀이를 하며 우다다 온 집안을 뛰어다닐 것 같다. 저녁엔 내 배 위에 올라와 날 쳐다보고 있을 것 같고, 나에게 꾹꾹이를 해주며 살이 쓰라릴 때까지 사포 같은 혀로 핥아줄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을 바라진 않는다.
버찌는 아침마다 항상 내 인기척에 벌떡 일어나 날 반겨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해주지 못한다. 그래도 바뀐 상황에 맞춰 우리 둘만의 새로운 방법이 생겼다. 여전히 아침에 나의 인기척에 맞춰 일어나지만 예전처럼 일어서서 날 반겨주진 못한다. 대신 서로 눈을 마주치면 만지지도 않았는데 골골송을 불러준다. 심지어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아주 잠깐 나를 슬쩍 핥아준다. 그러면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버찌를 안아준다. 정말 고마워 버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