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대디 Dec 24. 2023

등 긁어주시는 엄마

최고의 육아법, 기도


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없다. 우리 엄마가 태어났을 무렵, 엄마의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란 분은 엄마를 홀로 키울 자신이 없어 엄마를 버리고 도망갔다고 한다. 부모님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엄마에게 남은 건 외할아버지의 빛바랜 사진 한 장뿐이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엄마는 친척 집에서 자라 늘 외로웠고, 학교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단다. 아마,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린 게 인생 최고의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도 늘 조용한 분이셨다. 학부모님들이나 이웃과도 왕래가 거의 없으셨고 다니시는 교회에서도 예배만 드리고 오실 정도로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아마 요즘으로 따지자면 극 I 성향이 아닐까.      

    

그런 엄마가 내게 자주 해주시던 게 있었는데 바로 '등 긁어주기'다. 어렸을 적 자기 전에 거의 매일 내 등을 긁어주셨는데 아직도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정말 가려워서 긁어달라고 한 적도 있었겠지만, 엄마가 등을 긁어주면 나른하게 잠이 솔솔 드는 게 좋아서 자주 등을 긁어달라고 했던 것 같다. 마치 더운 여름밤에 시원한 이불을 덮고 누운 기분이랄까.     


사실 내가 그 시간을 좋아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엄만 내 등을 긁어주시면서 늘 기도를 해주셨다. 잘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내 인생을 축복해 주시는 내용의 기도였다. 성량도 크지 않은 엄마가 조곤조곤 기도를 해주시면 무언가 모를 안정감과 평온함이 스며들었다. 그 덕에 잠 하나는 끝내주게 잘 잤던 것 같다.     

살면서 부모님의 사랑과 따뜻한 손길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녀가 자녀를 위해 하는 기도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당신과 같이 외로운 삶을 살지 말라고"

"반드시 행복하라"는 기도였을까.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을 우리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인간적으로는 참 연약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지혜로웠고 강했다. 자녀를 축복하는 기도만큼 최고의 양육 방법은 없을 테니까.     


매일 밤, 우리 집에 사는 두 꼬마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아빠가 해주는 마사지 타임. 아이들이 아빠와 몸으로 부대끼며 노는 활동이 정서적으로 아주 좋다고 하니 자기 전 침대에서 같이 나뒹굴다 마지막에는 꼭 마사지를 해준다. 아이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나 역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엄마의 영향인지 나도 아이들의 몸을 주무를 때마다 기도를 하곤 한다. 아이들이 들을 수 있게 소리를 내서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체성을 갖도록."

"고난과 역경을 만나도 믿음으로 굳건히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도록"


아빠의 목소리가 아이들 가슴에 깊숙이 울려 인생의 한 페이지마다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란다. 내가 살면서 넘어져도 아주 엎드러지지 않고, 여러 가지 방황 가운데서도 휩쓸리지 않았던 까닭은 바로 엄마의 기도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기도의 힘을 믿기에. 또한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포기했어도, 당신은 끝까지 자녀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 사랑의 힘을 알기에. 나 역시 자녀에게 최고의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려하는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