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대디 Dec 24. 2023

비상깜빡이를 켜야 하는 이유

'공감'의 중요성 



운전을 하다 보면 비상깜빡이를 켜야 할 때가 있다. 차가 고장 났다든가 응급상황이 생겨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경우 사용할 때도 있지만, 상대 차량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가령, 운전 중 급정거를 하거나 본의 아니게 끼어들기를 하는 상황에서 상대차량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할 때 이것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전혀 알 수 없는 도로 위에서 차와 차끼리 주고받는 일종의 '매너'인 셈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비상깜빡이를 켜지 않는 행동은 '비매너'가 되는 격.  


   

뉴스에서 흔히 보는 차량 시비나 보복운전에 전말을 들여다보면 이런 비매너적 행위로 인해 사달이 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상대방의 행위로 인해 순간 '욱'했던 운전자라 할지라도 이 비상깜빡이를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 흥분한 운전자를 '성난 사자'로 돌변하게 할지, 아니면 '순한 양'으로 진정시킬지는 오직 이 비상깜빡이 하나에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비상깜빡이의 능력은 실로 놀랍다. 포효하려는 사자의 기세도 단숨에 잠재울 수 있으니까.      


    

육아를 하다 보면 가끔씩 성난 사자를 마주한다. 아이가 내지르는 '생떼'는 그 실타래가 한번 꼬이면 걷잡을 수 없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됐는지 되짚어 보기에도 늦은 것만 같은 이 시간은 모든 부모들에게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이다. 남들이 볼 땐 단지 어린아이의 푸념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다. 자신의 불편하고 서운한 마음을 공감해주지 않는 야속한 엄마에게 아직 감정 조절이 서툰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샤우팅'을 날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답답한 상황이 되면 화를 자주 낸다. 아직 다양한 관점으로 상황을 보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그 맥락이 왜곡되거나 비합리적일 수가 있는데 이게 바로 아이에게 '공감'을 해줘야 하는 이유다. 부모가 아이의 처한 상황을 알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해해 주고, 그 빈틈을 균형 있는 사고로 채워주면 아이의 감정표현도 점점 성숙해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으로 성장한다. 반면,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자기 중심성이 강하며 불안하고 왜곡된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비단, 아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신의 차량 앞을 급하게 끼어든 차주에게 다가가 자신을 무시했다며 싸우는 사례들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사실, 무시에 대한 이슈는 상대방에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 평소 자신이 무시당할까 봐 불안하던 마음이 사건을 통해 왜곡되어 나타난 것뿐. 공감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이'가 결국 자기만의 '맥락' 안에 갇힌 것이다.   



'공감'이란, 도로 위에 차끼리 주고받는 '비상깜빡이'와도 같다. 나로 인해 언짢았던 상대방에게 비상깜빡이를 켜주며 공감해 줄 때 모든 오해와 갈등은 사그라들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또 아내에게 '공감'의 '비상깜빡이'를 더 자주 켜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등 긁어주시는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