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말 못 하는 콤플렉스가 하나쯤은 있다. 내가 드러내기 싫은 콤플렉스는 바로 ‘키’였다. ‘남자는 키’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키 큰 친구들이 늘 부러웠고, 그로 인해 키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신발 안에 깔창을 끼고 다닐 정도로 예민했고, 어떻게든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남들이 볼 땐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겠지만나와 같은 입장의 친구들은 잘 알 것이다. 도토리끼리도 나름 서열이 있다는 것을.
이런 내 콤플렉스를 단번에 없애 준 계기가 있다. 바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들을 만난 일이다.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아내와 부족한 나를 아빠라 부르며 존경해 주는 아이들을 만난 후부터는 신기하게도 이 문제가 사라졌다. 한 아내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라는 '신분의 변화'가 나에게 책임감과 함께 자존감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준 것이다.
며칠 전, 첫째 아이가 다니는 대안학교 유치원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같은 반 친구들과 연극을 하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집에서는 늘 아기인 줄로만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덧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집에 와서 아이가 공연했던 영상을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하는데 누가 보면 연예인이라도 보는 줄 알겠다. 밝고 예쁘게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내 자존감은 또 채워진다.
"명품, 외제차 다 필요 없어, 아기 '딱' 안고, 아내 손 '딱' 잡고 그게 최고인 것 같아"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연예인 '하하'가 했던 말이다. 그땐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제는 같은 입장으로서 100프로, 아니 200프로 공감한다.
가족을 통해 얻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모난 내 성격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는 아내, 아빠랑 놀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아이들이 있어 내 마음의 키는 오늘도 성장한다. 가족이라는 버팀목, 이것이 바로 내가 더 이상 깔창을 끼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