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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대디 Jan 14. 2024

정말 고마워서 쓰는 글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 글쓰기의 힘


1년 전 이맘때 회사 내 인사 문제로 한창 고민하던 중 평소 눈인사로만 가볍게 알고 지냈던 옆 사무실 후배 동료와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뜻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것에 낙심하고 있던 터라 지나는 말로 넋두리를 했는데 그는 내게 글쓰기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회사 일에만 매이는 것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 들어올 것을 제안했다. 뜬금없이 웬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그의 친절하고 확신에 찬 기세에 눌려 마치 누군가에게 전도를 당하는 어린양처럼 글쓰기 모임에 끌려가게 되었다.  



        

독서와 글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이곳은 1주일에 두 번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나름 엄격한 모임이었다. 딱히 잘하는 것도, 쓸 거리도 없던 난 아내가 운영한 지 얼마 안 된 케이크 가게를 소재 삼아 홍보라도 하자는 심산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업에 '사'짜도 모르는 일개 공무원이 가게를 홍보하는 글을 쓴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업과 경영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도서관을 가는 일이 잦아졌고 자연스레 마케팅에 대한 시야와 사업에 대한 관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난 아내의 가게 인스타그램 계정과 네이버 블로그, 스마트 플레이스 등 SNS를 돈 한 푼 받지 않고 관리해 주는 노고를 겪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하다 보니 글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만나고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나름 반응이 좋았던 에세이를 몇 개 골라 작가에 지원했는데 한번 만에 합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겪게 되었다. 먹는 건지만 알았던 브런치가 내게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가져다준 것이다. 또한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도 연결된다. "이거 너 맞니?", "재미있게 보고 있어"라며 소심하게 두드리는 비밀 댓글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애기 아빠 혹은 애기 엄마가 되어 나누는 동창들과의 안부는 비록 SNS 댓글 창일지라도 반갑더라. 아니 SNS라서 더 신선했을지 모른다.  



        

어제 회사에서 승진 발표가 있었다. 승진 같은 거 크게 관심 없다며 쿨한 척하고 다녔지만 내심 기대했나 보다. 막상 명단에 이름이 없으니 씁쓸했다. 회사에서의 승진을 흔히 한 해의 수확이라고 한다면 나의 1년 농사는 빈털터리 같아 보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작년 한 해를 돌이켜 보았다. 글쓰기와 독서, SNS 마케팅과 향후 사업 방향성, 브런치스토리와 테니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들까지 2023년은 내 미래를 위해 엄청난 총알을 장전했던 시간들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순조로울 수 있었던 건 글쓰기 모임과 함께 이루어진 그 친구와의 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했고 행복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선물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으며, 실제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흔히들 말하는 주식이나 부동산 재테크와 같은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회사원 아저씨들의 현명하고 실속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건강한 마음과 영성을 갖기 위해 진심을 다했다.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같이 고민하며 멋진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했다. 승진이 되지 않은 것에 잠시 서운했지만 쉽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내면이 단단하게 자리 잡힌 덕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세속적 기준에 들어가지 못한 스스로에게 돌을 던지며 자기혐오에 빠졌겠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뇌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다 보니 자신감을 얻었고 긍정적인 자기 확신이 생겼다.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현상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겸허함이 배인 것이다.          




작년 글쓰기 모임 제안에 그럭저럭 생각해 보겠다며 어물쩍 넘어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당시 우유부단한 성격 탓을 하며 반강제적으로라도 들어간 선택은 승진보다 가치 있는 최고의 성과였다. 얼마 전 그 친구에게 또 한 번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동안 진행하던 글쓰기 모임을 정리하고 기존에 따로 운영해 온 독서모임에 집중하고 싶다며 그곳에 들어오면 좋겠다는 권유다. 다소 거리가 있는 안양이지만 주저 없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함도 물론 있지만, 그 친구를 위함도 크다. 나에게 너무 좋은 영향력을 준 그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가 펼쳐 낸 '전자책'과, 독서모임 '밀도', 그리고 곧 만나게 될 예쁜 아기를 통해 받을 행복까지도. 도전하고 맞닥뜨리는 모든 삶과 더 '단단해질 내면'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정말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역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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