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 복 만으로도 돼
절대 잘하지 마. 노력을 하지 마.
평소에는 잘만 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시험을 볼 때든 운동을 할 때든 결정적 순간에 실수를 하는 바람에 망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후에 곱씹어보면 긴장한 탓이 크겠지만, 무엇보다 너무 잘하려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꾸준하게 이어온 사소한 것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 버리니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갔던 까닭이겠지. 골프도 힘이 들어간 스윙은 멀리 보낼 수 없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어딘가 모르게 좀 뻣뻣한 사람은 부담스럽지 않은가.
적당한 긴장과 몰입은 좋은 자세다. 특히 중요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과도한 긴장은 오히려 평소보다 잘해야 된다는 강박으로 연결되어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게 막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나 같은 유형의 사람은 오히려 너무 긴장을 안 하는 것처럼 마인드세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의도적으로라도 잘하지 않으려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1등을 목표로 하기보단 2~3등으로, 100점보다는 80~90점 정도가 딱 좋다. 초장부터 말리지 않게 방지하는 나름대로 일리 있는 전술이다.
좋아하는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해 복'이라는 노래가 있다. 모두가 새해를 맞으면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나누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형식적인 새해 인사일 뿐이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새해 복만으로는 안돼, 네가 잘해야지, 열심히 해야지'라며 새해를 맞은 청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로 들린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역시 장기하답게 신선했다. "새해 복만으로도 돼, 절대 잘하지 마, 노력을 하지 마"라는 반전을 외친다. 물론, 해도 안되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노래는 해석하기 나름 아니던가. 나는 그 가사말에서 적잖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장황한 새해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나의 마음을 토닥여 주는 것 같아 힘이 나더라.
올해 나의 몇 가지 목표 중 하나는 '잘하기'가 아닌 그냥 '하기'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분명 실망도 클 것이고, 실패가 두려워 시작도 못하는 일이 태반이겠지.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건강과 시간에 그저 감사하며 무엇이든지 해보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잘 안 해도 되고, 열심히 안 해도 된다. 그냥 힘을 빼고 도전해 보자. 하다 보면 길이 열리고, 새로운 근육이 붙겠지. 원래 이번 해는 내가 마흔이 되는 해다. 하지만 작년에 법이 바뀌면서 한 해를 공짜로 더 살게 됐다. 그렇기에 아직도 난 삼십대다. 그래서 더 희망찬 2024년은 새해 복 만으로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