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값진 한 해를 보내기 위한
매서운 한파로 전국이 얼어붙었다. 뼈와 살이 시린 느낌이랄까. 나이가 들은 건지, 북극한파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침마다 문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차가운 공기에 몸이 움츠러드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다. 아침마다 꽁꽁 언 채로 주인을 기다리는 자동차들. 밤새 차디찬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 차량은 늑장 부리며 걸어오는 주인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싸늘한 냉기가 도는 차량 시트에 엉덩이를 데고 앉으니 그제야 자동차에게 연민이 든다. 주인에게도 차량에게도 추운 겨울은 서글프다.
겨울철 자동차는 출발 전 예열이 필수다. '예열'은 차량을 가동하기 전에 차가워진 차량 내부와 엔진을 따뜻하게 데우는 과정이다. 날씨가 추울 땐 온도에 민감한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차가워진 오일들로 인해 마찰이 발생하기 쉽다. 시동을 켜고 바로 운행을 하기보단 일정 시간을 기다렸다 출발한 후 주행 속도를 천천히 진행하며 엔진의 온도를 올려주는 게 핵심이다. 이것만 잘해도 엔진의 성능과 차량의 안정성을 향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열의 중요성은 구태여 말할 것도 없다. 몸도 안 풀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사람과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는 사람의 차이랄까.
아침에 일어나 영양제 한 알과 따뜻한 물 한잔으로 시작하는 것은 하루라는 삶에 있어 예열과도 같다. 지극히 기본적인 서막이지만 하루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생각과 독서라는 예열, 수험생은 공부와 인내라는 예열, 결혼을 앞둔 커플은 사랑과 책임이라는 예열, 출산을 앞둔 산모는 건강과 태교라는 예열, 장사하는 사람은 품질과 서비스라는 예열이 중요한 이유다.
올해도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새해 첫날이 되면 지나간 시간들은 잊고 새로운 계획을 다짐할 것이다. “올해부터”라는 도입부가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멋진 새해 계획이라는 시스템을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선 남은 한 주 동안의 충분한 예열이 필요하다. 이미 끝났다며 보내주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 의미가 매우 새롭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면 전날 저녁을 정복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은 일주일로 2024년 '갑진년'을 예열하자. '값진'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