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그들의 가족과 함께 출연하는 가족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집안 내부가 카메라를 통해 공개되고 그들이 일상에서 나누는 티키타카는 어느 가정집과 전혀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스타는 역시 스타인가 보다. 새롭게 조명되는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며 그들의 가족 또한 새로운 흥밋거리로 화제를 낳는다.
가족 중에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라면, 제일 먼저 부럽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남들이 다 아는 유명인과 한 집에 사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부와 명성, 인기를 모두 거머쥐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가끔씩 자신에게도 따라오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가족 어드벤티지를 경험한다는 게 이런 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은 딱 여기까지였다.
얼마 전 JTBC 뉴스룸에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출연했다. 손흥민 선수보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찬 아버지의 눈빛은 정말이지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아들의 슈팅 자세만 봐도 골 망을 가를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의 훈련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는 '반복만 한 스승은 없다'라며 끊임없는 연습과 기본기를 강조한다. 그가 펴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펀드멘털(fundamental)을 생명으로 여기는 분이다.
승리하고 돌아온 날은 빨리 잊으라며 자만심이 들지 않도록 살폈다. 대신에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가르치며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도록 경계했다. '영원한 건 없다', '월드클래스는 절대 아니다'라며 거듭 겸손을 보였다. 단지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그의 인터뷰에서 순수함과 강건함이 교차했다. 자녀가 하고 싶어 하는 축구를 평생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하신 아버지가 있기에 지금에 월클이 나오지 않았을까. 손흥민 선수 역시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월드클래스는 괜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과 열정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동안 그들이 쏟아낸 땀과 눈물은 일원 반 푼어치도 헤아리지 않고, 그저 눈에 드러나는 명성과 화려함만 떠올렸다. 겉치레로만 판단하는 나의 얄팍함이여. 평생 먹고살 걱정은 없겠다는 본능적인 생각과, 가족 잘 만나서 호강하고 살 것이라는 치졸한 편견에만 사로잡힌 나의 저열함이 그저 부끄러웠다.
아들의 성적보다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둔 손흥민 선수가 부럽더라. 무엇보다 자녀 앞에서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행동함으로써 본을 보였던 교육법에 경의를 표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일상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인 나 역시도 함께 성장하는 우리 가족이 되기를 바라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