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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Jun 23. 2024

중앙대 소풍

[일기] #3


기숙사를 정리하고 나와서 두 시간의 공치는 시간이 생겼는데 진정한 재수생이라면 이 시간에 카페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겠으나 저는 흔히 말하는 ‘허수’ 이기에 그런 거 없습니다. 도서관 스카 아니면 공부 안 합니다. 이렇게 명문대 진학의 꿈이 물거품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학교 도서관에서 재수 공부만 했기에 솔직히 제가 이 학교를 다녔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고 잠깐 소풍 다녀왔던 거라고 표현하면 적합하겠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현재 상황은 국영수의 백분위를 2~3 올리면 바라는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게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2,3 등급에서 1등급 가는 것과 1등급에서 만점 가는 것 중 난이도는 후자가 오만 배는 어렵기 때문에… 더군다나 전과목 그렇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구요. 이 세상 시험 중 수능이 당연히 제일 쉽겠지만 그 수능마저 쉽지가 않네요


위 사진은 3월 극초에 김밥나라에 밥 먹으러 가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때 당시엔 후문으로 자주 다녔었는데 초순부터는 도서관에 다니면서 후문으로는 아예 안 다녔던 것 같습니다. 이왕 말 나온 김의 제가 자주 지나다녔던 중앙대의 스팟들을 공유해보겠습미다ㅎㅎㅎ



이곳은 제가 자주 가던 도서관입니다. 시설은 나쁘지 않은데 면적이 너무 좁다는 게 흠입니다… 중대는 서울대 전체 면적의 20%도 안 되지만 학부생 수는 4천 명 정도나 더 많습니다.. 어딜 가나 사람이 붐비고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나는 사람 많은 걸 너무 싫어해서 공부하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화장실 가게 되면 모든 층 모든 칸이 다 차있더군요. 평상시엔 공부도 안 하는 놈들이 도서관 와서 화장실만 (쳐) 쓰나 분노가 좀 많이 올라왔던 날들이었네요. 다음 학교는 정말 꼭 넓은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보기 시작하니 수험생활의 루틴도 잡히고 좋더군요. 3월에 시작한 재수나 진배없지만 현역때와는 공부량의 수준이 말도 안 되게 차이나게 됨을 몸소 느꼈습니다. 확실히 긴 수험생활은 6시 기상 11시 취침을 누가 더 잘하느냐 싸움 같습니다. 그거만 하면 뭐 개나소나 스카이 가겠네? 할 수 있겠는데 이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걸 공부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자극도 잘 되는게 문과 고시생들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나는 수능 말고 이 세상에 다른 시험은 없는 줄 알았는데 식견이 좀 넓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수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구나… 수능 수험생활은 그러한 더 큰 도전을 위한 기초 트레이닝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쌀집 계산기 두드리는 형님들 언니들 모습이 눈에 아직도 선하군요.



이 녀석은 중대의 명물입니다. 도서관 뒤쪽에 서식중인데 허구한 날 잠만 잡니다. 털은 뽀송뽀송한게 역시 고양이입니다. 근데 세수를 좀 시켜야할 것 같긴 하네요. 좀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는데 병균 옮을 까봐 두려워 그러진 못했습니다… 고양이들은 확실히 자기가 귀엽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영악한 칭구들이군요… 나중에 고양이는 꼭 한 번 키워보고 싶네요.


명색이 영화쟁이인만큼 탐방해 보았습니다ㅎㅎ 도서관 4층엔 영상자료실이 있는데 확실히 대학도서관이라 그런지 소장자료의 양이 많긴 합니다. 제가 드리는 영화팬분에게 드리는 팁은 아무리 감상하기 힘든 영화여도 도서돤 영상원에선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한글 자막의 퀄리티는 보장 못하니 영어연습 열심히 하셔서 영자막으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위 영화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애니 홀> 인데 이미 10번 정도 넘게 본 영화라 원어 대사가 귀에 들릴 정도여서 그냥 한국어 자막으로 봤습니다. 근데! 자막이 정말정말 별로더군요 만약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었으면 정말 이 영화를 오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왓챠엔 이런 예술영화들을 수정된 자막으로 제공 중이니 왓챠를 적극 이용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근데 요즘 점점 영화가 내려가더군요ㅠㅠ 하루빨리 넷플말고 왓챠 구독하십쇼. 그리고 일반 좌석 같은 건 내가 보는 영화가 주변에 너무 훤히 보이고 의자도 쓰레기더군요. 누워서 볼 수 있는 좌석을 필히 선점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시험기간엔 밤샘쟁이들이 거기서 그냥 자고 있으니 시험기간도 아닌 한적한 날에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싱그러운 모멘트 들입니다. 저 오전의 벚꽃 사진은 제가 생각해도 잘 찍었네요. 기숙사와 도서관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저 계단을 많이 지나다녔습니다. 벚꽃은 정말 흩날릴 때 아리따운 꽃 같습니다. 어제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를 봤는데 정말 너무 아름답더군요. 왜색이 짙어지는 게 아니냐 하는 애국적인 마음 한 켠이 찔리지만 그래도 캠퍼스에 사쿠라 많이 심었으면 좋겠네요. 아 물론 무궁화도 많이 심어야 하죠^^ 도서관에 누가 마스코크 푸앙이를 귀엽게 그려놨더군요. 꽤 솜씨 있으시길래 캡쳐 했습니다. 저때는 저 그림밖에 없었는데 이젠 온갖 ~~과 화이팅 이라는 구절로 범벅 되어있습니다. 저희 학과 이름도 봤던 것 같네요. 한국 공대생들 화이팅입니다!


여기는 약학대학 건물입니다. 약대는 서울대 중앙대 성균관대 (설중성)의 세 대학이 가장 유명하죠. 그래서 그런지 건물도 가장 스껄합니다. 저기 저 맥도날드는 춘천과 더불어 제 고향입니다. 일 주일에 최소 4번은 갔었는데 저기서 먹는게 학식이랑 값이 다를게 없더군요. 칼로리도 더 높고. 좋았습니다. 맥날 없었으면 어떻게 견뎠을까요? 저도 이정도면 명예 아메리칸 해야 합니다.



한국 영화 <소름>을 관람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영화의 마지막은 김명민씨가 비극적인 아파트에서 치를 떨며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햄스터 케이지를 들고 아파트 현관을 걸어나오는 숏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마치 귀신의 집 혹은 게임에서나 나오는 악령의 던전을 벗어나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오래 머물렀던 공간의 계단을 내려오거나 하면 그 장면이 나의 머리에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살다가 어떤 장면들이 뜬금없이 스쳐지나가는 영화가 있거든요. 제가 고평가 하는 영화들은 제게 그런 영구적인 각인을 남긴 것들입니다.


물론 난 극 중 김명민처럼 살인을 저지르거나 그런 게 아니지만, 그래도 길게 있었전 장소를 벗어나는 그 맥락은 비슷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묘하네요. 중대는 이게 다입니다. 확실히 좁긴 하죠. 기숙사 약대건물 도서관 정문 그리고 310관 빼면 끝입니다. 제가 아직 310관 이야기를 안 했는데 솔직히 강의도 초반 몇 주 듣고 더 안가서 할 이야깃거리가 딱히 없습니다. 사진도 못찍어 놨네요. 그렇지만 중앙대 310관은 정말 한 번쯤 볼 가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첫 번째로 큰 대학건물이라고 하네요. 정말 쾌적하고 내가 인서울 대학 온 것 같은 느낌 줍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중대 유튜브를 참조하세요…


지금은 그렇게 나와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이스티 한 잔 때립니다 아버지 목소리가 많이 피곤하신 것 같던데 휴일날까지 내가 폐를 끼치는게 아닌가 싶네요. 뭐 어쩌겟습니까 이게 한국의 아버지로서의 숙명이 아닌가 싶네요.


남은 기간의 일정은 이렇습니다. 일단 오늘 일요일엔 집에 가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자료를 찾을 예정입니다. 6월 모의고사 전후로 그동안 갖고 있던 공부자료를 다 공부해버렸기 때문에 지금 솔직히 말하면 공부할 거리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책도 다시금 좀 주문하고 하려합니다.


월요일엔 저녁에 친구를 만날 것 같으니 오전점심에 일을 다 해놔야 합니다. 일단 공부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집 앞에 강원대 도서관이 있는데 외부인도 돈을 내면 쓸 수 있는지 몰라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스터디까페는 정기적으로 사용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아이패드 수리도 맡겨야 합니다. 세상에 아이패드를 못 쓰니 일일이 프린트 해야하고 공부가 이리 불편해졌습니다. 하루빨리 아이패드와의 생활을 재개하고 싶네요.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이런 것이었다니… 화요일부터 다시 6시 기상으로의 수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하는 바램입니다.



중앙대 그리울 것 같네요. 이러다가 가나군 다 떨어지고 다군 중대만 붙어서 또 중대 오는거 아니겠죠? 그런 일 없게 성적을 확실히 잘 받아놔야겠습니다 각 재는 건 원서철 때만으로도 충분하니… 두렵습니다. 여러분들은 적성 진로 잘 찾아서 재수삼수 같은 거 안 하셨음 좋겠네요. 제가 “공대 가스라이팅” 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 허나 확실한 건 애매한 수학물리 실력으로 어정쩡 공대가느니 차라리 더 쉬운 문과 수능을 봐서 학벌 높이는 게 괜찮다는 전략입니다. 물론 대학 들어가고도 빡세게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아무튼 그렇다는 것입니다… 춘천에서의 일상도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공부 열심히 한 후의 11월은 공포의 시험날이 아니라 유종의 미를 거두는 즐거운 하루가 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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