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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Nov 01. 2024

핼러윈이 뭐길래!

Happy Halloween

키즈의류 1+1 행사가 오늘까지라고 해서 부쩍 큰 딸아이의 옷을 사기 위해 부랴부랴 마트로 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온통 주황빛 물결이 매장 한가운데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박 바구니와 마녀복장.. 그렇다. 오늘은 핼러윈 데이다.


며칠 전부터 핼러윈 망토를 학교에 입고 가야 한다며 노래 부르던 딸에게 옷장 깊숙이 있으니 꺼내 준다고만 둘러대고 완벽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사탕가게에 들러서 막대사탕 두 개를 집어 들었다.

Happy Halloween!

사랑하는 아들, 딸~!
달콤한 사탕 맛있게 먹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렴~!

- 사랑하는 엄마 -


집에 와서 급하게 메모를 적어놓고 일하러 갔다. 별거 아닌 사탕에 녀석들은 감동받은 듯 일제히 '감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간단하게나마 쪽지를 남겨놓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Happy Halloween-!!"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해 주는 딸아이의 텐션이 상당이 올라가 있다. 갖고 싶다던 카고팬츠를 사서 문 앞에 두고 나왔는데 마음에 든다며 바로 입 있었다. 사탕도 맛있었다 웃으며 말했다.


오늘 여러모로 행복한 녀석이다.


꼬마는 포기하지 않고 망토를 꺼내달라고 했다. 예전에 행사가 있어서 사두었는데  갑자기 찾는 걸까...


녀석은 호박 머리띠를 하고 망토까지 걸치고 아빠가 올 시간에 맞춰 모든 불을 끄고 핸드폰 조명만 켠 채 다른 한 손에는 유령바구니를 들고 현관 앞에 서있었다. 아! 입에는 드라큘라 이빨을 물고 있었지!


굴에 장난기가 잔뜩 배어있는 꼬마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호박이 되었다.


아빠를 꼭 놀라게 해주고 싶다면서 한참 동안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지 계속 확인하면서도 다시 제자리를 찾는 녀석의 발은 동동거리면서 분주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던 딸아이는 드디어!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주는 데 성공했다. 사전에 미리 소식을 접한 아빠는 한바탕 크게 웃으며 준비해 온 사탕을 바구니에 넣어 줬다.

제작년 남편이 직접 만든 잭 오 랜턴


근래에 보기 드문 찐 웃음꽃이 녀석의 얼굴에 피었다. 저리도 좋을까..?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꼬마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계속 저러고 서있었던 거야?"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전혀 모르고 있던 오빠는 어리둥절해서 이제야 상황파악을 했다.



"근데 핼로윈데이가 무슨 날인지 알아?"


"몰라! 미국 거잖아."


너무나도 당당한 딸아이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핼러윈(Halloween)은 매년 10월 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 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 지식백과


왜 귀신 분장을 하고 다니는지 녀석은 모른다. 그냥 좋아하는 사탕을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좋은 날이라고 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 잡은 핼로윈 데이,


언제부턴가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상업적으로만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기왕 즐기려는 거 왜 귀신 분장을 하는지, 사탕은 왜 나눠주는지 의미는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눴다.

매년 가을마다 하는 핼로윈 머리핀


엄마와 오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하더니 역시나 젤리만 찾는 꼬마... 오늘 하루 원 없이 먹는구나.


깊어가는 가을밤, 달콤함으로 가득 충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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