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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Oct 28. 2024

꿈보다 해몽

Automata

구청에서 하는 발명수업을 듣고 있는 아들은 일주일에  번씩 가서 수업을 듣고 온다.


"시험기간인데 오늘 꼭 가야 해요?"


"시험기간이라고 수업을 안 하지 않잖아? 학원도 아니고 출결도 체크될 텐데 빠질 순 없지. 다녀와서 시험공부해."


시무룩해진 녀석은 마지못해 하교하고 발명수업을 듣고 왔다.


"친구들은 많이 왔니? 오늘 뭐 했어?"


집으로 돌아온 녀석에게 물었다.


"시험기간이라고 절반정도 왔어요. 오토마타 만들었어."


"오토마타? 그건 뭐야?"


"그런 게 있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같은 거."


귀찮은 듯 마지못해 대답하던 녀석이 말을 이어갔다.


"오늘 만든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라서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작품해설을 잘하면 점수 준다고 했거든? 내가 진짜 못 만들었어. 근데 설명을 잘해서 만점 받았어."


"어머! 그래? 뭐라고 했는데? 네가 만든 작품이 뭐야?"


녀석은 '악어새'를 만들었다고 했다.


악어는 입을 벌리고 있다가 언제든 입을 닫고 악어새를 먹어치울 수 있다. 이러한 긴박함 속에서 악어새는 평화롭게 악어의 입안에서 춤을 춘다. 이러한 장면을 오토마타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꽤나 그럴듯했다. 역시 꿈보다 해몽인 것인가.


저 박스 위에 있는 것이 악어새라고 했다. 실제로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딸아이가 뭐라고 얘기하자 녀석은 한껏 잘난 체를 하기 시작했다.


"그만해.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고 하잖아."


보다 못해 한마다 했더니 돌아오는 말...


"벼는 당당하게 허리를 펴야지. 고개를 숙이잖아? 앞을 못 봐. 가고자 하는 길을 못 찾아!"


하... 입만 살아가지고 따박따박 잘도 대꾸한다. 알 수 없는 즐거움이 녀석의 얼굴에 번졌다. 저리도 목소리가 커지면서 열변을 토하다니 녀석은 지금 이 상황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내가 졌네, 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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