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E K Nov 05. 2024

AI가 지배하는 세상

머지않아 현실이 될까..?

우연한 기회에 청소년 캠프 모집 공고를 봤다. 완벽한 '기회주의자'인 나는 역시나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아들에게 포스터를 보여주며 관심 있는지 물었다.


녀석은 크게 호응하지도 관심 없어 보이지도 않았다. 이것은 긍정의 신호다.


"그런데 동영상을 찍어야 한대. 주제는 인공지능으로 해결하고 싶은 일상 속 문제와 해결."


귀찮은 거 딱 싫어하는 녀석은 그 뒤로 말이 없었다. 그냥 지원하면 되는 줄 안 모양이다. 이제부터 내가 나설 차례다. 온갖 달콤한 어휘를 구사하며 녀석을 구슬렸다.


"최종 목적지가 미국이야! 얼마 전에 TV에서 실리콘밸리 봤잖아. 정말 멋지지 않았어? 엄마는 사과 회사에 꼭 한번 가보고 싶더라. 심지어 무료로 갈 수 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거야? 눈 딱 감고 영상 하나 만들자, 응?"


"......"


묵묵부답이었지만 녀석은 내심 솔깃해했다.


'좋았쓰~ 50프로 진행 완료!'


포기를 모르는 나는 잊을만하면 꾸준히 얘기했다.


"엄마는 주부니까 일상생활에서 분리수거하는 게 불편하더라. 어떤 거는 비닐도 뜯어서 버려야 하고 가끔 헷갈릴 때도 있어. 이런 거는 AI가 대신해 주면 좋지 않을까?"


"AI가 분리수거를 한다고? 그게 말이 돼?"


내 말엔 무조건 딴지부터 걸고 보는 녀석이다. 이미 녀석에게 말함과 동시에 영상 찍을 내용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심드렁한 녀석에겐 여전히 관심밖다.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생각해 보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다. 중간고사기간이 더 이상 재촉할 수도 없었다. 마감기한은 다가오고 나 홀로 속만 태울뿐이다. 결국 시험 끝난 주말에 영상을 찍고 지원서를 쓰기로 했다. 여전히 주제를 정하는데 녀석은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주말이 찾아왔다.


"따로 생각해 둔 것이 없으면 분리수거 로봇으로 정하면 어떨까?" 하며 아들에게 넌지시 다시 물었다. 녀석은 핸드폰으로 무언가 찾더니 말했다.


"분리수거하는 AI. 이미 만들어졌는데?"


"뭐라고? 그럴 리가! 그런 기계가 있대?"


허무하다.


오로지 '분리수거해 주는 AI'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과 생각을 정리해서 영상을 찍을 생각이었다. 시간 빠듯하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 되었다.


"매일 옷을 개는 것도 귀찮은데 옷 개주는 인공지능 어때?"


녀석이 의견을 내더니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옷 정리해 주는 AI


하~~ 또 있었다. 아들과 나는 열심히 생활 속 불편한 점을 찾기 시작했다.


설거지 대신해 주는 AI 어때?

그건 식기세척기가 이미 하고 있잖아..


아! 남자들은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잖아. 자주 미용실 가기도 번거롭고 나만의 스타일대로 잘라주는 인공지능 괜찮은데?


AI, 인공지능 이발사


흠... 자율주행 카트? 이거 좋다. 장 보러 가서 카트 끌고 다니는 거 귀찮은데 리스트를 입력하면 대신 물건을 가지고 오는.. 이거 너무 좋은 아이디어 아니야? 엄마는 이런 게 정말 필요해!!!


"그게 가능하겠어? 제품 신선도는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야 하는데 만약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해?"


"계산하기 직전에 검수하는 거지..."


"그럼 계산대 앞이 복잡해지잖아. 시간이 더 걸리는 거 아니야?"


엄마의 의견에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싶은 아들은 계속 반문하더니 이내 또다시 검색에 들어갔다.


헐~~~~~!!!


대기업 마트 사장님께서 자율주행 카트를 살포 잡고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모기 잡아주는 AI는 어때? 매번 잡으려 하면 숨어버리고 이것도 상당히 골칫거리잖아.


이제는 모기도 AI가 잡아주는 시대!


후.... 대체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게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언제 이렇게 기술이 발달한 거지? 이쯤 되면 그냥 아이이디어를 내주는 AI를 만드는 게 낫겠어!


"그것도 있지! 노래 작곡, 작사 다 하잖아. 전부 창작작품인데..."


이미 기획되고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아들과 끊임없이 생각해내다 보니 지칠 대로 지쳐갔다. 우리가 생각한 것들을 벌써 누군가는  생각 실현시키기 위해서 개발 중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머지않은 미래엔 정말 인간이 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지만 분명 우리가 해야 할 일들도 로봇이 대신해 버리면 사람은 대체 무얼 하며 살아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를 지켜주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예전에 봤던 영화장면이 떠올랐다. 미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소파에 누워서 가만히 영상을 시청하고 간식을 가져다 주는일 외에도 모든 잡일 전부 로봇이 하는 세상...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세계..


로봇이 오늘 당장 인간세계를 점령한다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인공지능은 알게 모르게 도처에서 편리함을 담당하고 있었다. 기술혁신의 도약은 우리가 꿈꾸던 미래를 구현해 줄 것이다. 인간이 해왔던 일들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보다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들을 창출해 낼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밝은 미래로만 흘러갈까? 이면에 생길 리스크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미래에 없어질 직업들에 관한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꿈꾸며 살아야 할까? 회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까... 단순히 아들 캠프 신청서를 준비했을 뿐인데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 날이었다.


지막으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다행히 아직 세상에 없다. 아들은 생각에 생각을 얹어서 내용을 알차게 정리했다. 녀석은 투덜 대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느린 움직임으로 지원서를 이틀에 걸쳐 꼼꼼하게 준비해서 제출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지 말자꾸나. 마는 너와 함께 생각을 나누고 영상을 찍는 시간이 그저 즐거웠으니 그걸로 되었다.


행운을 빈다, 아들~!

매거진의 이전글 꿈보다 해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