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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찔찔이 Nov 27. 2023

1. 나는 solo가 싫어요

대머리 아저씨와의 소개팅에서 냉동난자까지, 나의 모태솔로 탈출 분투기 

이 글은 내 주변 사람들은 결코 안 봤으면 하는, 나의 찌질하다 못해 처절한 고백이다.

    


“언니는 마지막 연애가 언제예요?”

 동네 호프집에서 동호회 사람들과 모임 후 술을 먹고 있는데 그중 새롭게 합류해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질문을 했다. 뒤이어 무거운 침묵이 테이블을 감싼다. 싸늘하다.       


“얘한테는 그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연애를 해봤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침묵을 깨주는 나의 오랜 지인. 고맙고 안 고맙다.

 나에게는 주변 사람 대부분이 알지만 고맙게도 다들 흐린 눈 하며 모르는 척해주는 일이 있다. 바로 내가 모태솔로 라는 점이다.


 나는 새해가 오는 것이 영 반갑지 않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36살 모태솔로가 된다. 전혀 기쁘지 않은 자기 기록 경신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태를 깨기 위해, 나아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개팅도 해보고, 짝사랑도 해보고, 막무가내로 들이대 보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어떻게 하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에 나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일만 하다가 어느덧 나이를 먹었네요. 저 연애할 수 있을까요?’ 등등의 질문들은 넘쳐났고 이에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응원도 하고, 충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며 격려하는 답도 쏟아졌다. 물론 인터넷답게 비난들도 많았다. ‘못 생기고 뚱뚱한 거 아니고요?’와 같은.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것이 브런치에 올라온 솔로 탈출기였다. 자신들의 절절한 탈출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에 나는 적잖은 충격과 용기를 얻었다. 그런데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씁쓸해졌다. 왜냐? 그들은 결국 탈출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뒤에 자신의 피나는 노력을 스스로 애틋하게 여기고 또 남들 앞에 근사하게 포장할 힘을 얻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분투 중이다.


 분투(奮鬪),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노력하는 것. 나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세상과 싸우는가 나 자신과 싸우는가. 그것부터 명확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나의 모태솔로 탈출 분투기> 부제는 ‘대머리 아저씨와의 소개팅에서 냉동난자까지’. (대머리라고 놀리는 거 아니다. 나 그 사람 좋아했다.) 지난 약 100일간 전개된 나의 분투와 그로 인한 심경의 변화를 적어보려 한다.       


 그게 뭐 자랑이라고 이런 글을 쓰냐고? 나 역시 영 찜찜하고 부끄럽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퇴근 후 저녁마다 하릴없이 퍼마신 맥주가 복부와 전신의 비만이 되는 것도 모자라 나도 모르는 새 눈물로 바뀌어 베갯잇을 하염없이 적실 것 같은 앞으로의 밤들이 두려우니까. 눈물 대신 글을 방출하여 몸과 마음을 정돈하기로 결심했다. 이 글이 어딘가에 나 같이 외롭고 지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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