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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민 Nov 05. 2024

토리의 선택부터 빅토리아의 계승까지 3

셸리 리드의 소설,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3

■ 상실의 공동체, 자연의 회복 탄력성


  아이올라 일대에 댐 건설이 추진되고 수몰 예정 지구의 땅을 매입하는 절차가 개시된다. 빅토리아는 마을에서 가장 먼저 후한 값으로 땅을 파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땅이 물에 잠긴다는 것은 토지 자체와 거주자 뿐 아니라 켜켜이 쌓여 온 이야기와 삶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구어 온 ‘내시 복숭아’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에는 단순히 농사를 넘어 역사와 장소성(topos)에 관한 문제도 포함된다. 이식은 이민처럼 낯설고 두렵다. 과수원의 나무를 하나하나 뽑고 뿌리가 손상당하지 않게 봉하고 옮겨 심는 과정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에 버금갈 정도이다. 나무가 뽑힌 자리에 생긴 거대한 구멍(void)을 바라보며 빅토리아는 상처 입은 땅의 고통에 공명한다. 곧 물이 차오를 것이고 땅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빅토리아는 땅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확신한다. 자연의 회복력(resillience)을 신뢰하며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댐처럼 슬픔의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빅토리아는 자연에 기댄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생활하고 살아간다. 임신한 몸으로 숲속에 고립된 순간에도 연약한 새끼사슴을 보호하는 어미처럼 생의 의지를 다진다. 그녀에게 자연은 의사이자 치료제이다. 전쟁 피난민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발산하며 삶을 일구듯 빅토리아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살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빅토리아는 상실의 공동체의 일원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충견 트라우트와 거세마 아벨과 평생 살아온 땅을 잃었다. 윌도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 독감으로 한꺼번에 가족을 잃은 루비앨리스, 아내를 잃은 빅토리아의 아빠, 아내와 동생을 잃은 오그던 이모부, 토네이도로 가족을 잃은 사촌 캘러머스(Calamus), 여섯 번의 유산을 겪은 젤다, 아들 맥스웰을 잃은 잉가 테이트, 빅토리아가 이사한 집의 전(前)주인 하딩 씨, 친엄마를 모르고 살았던 루카스도 그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빅토리아는 공기처럼 퍼져 있는 슬픔을 마시며 살아간다. 슬픔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몸속으로 들어온 슬픔은 폐와 심장을 지나 피를 타고 돌아다니며 온몸에 퍼진다. 마을에서 사탄 취급을 받던 루비앨리스가 산에서 돌아온 빅토리아를 돌보고, 루비앨리스가 쓰러졌을 땐 빅토리아가 루비앨리스를 챙겼다. 빅토리아는 어떻게 절망적 슬픔을 이겨내고 자신의 선택을 믿고 끝까지 생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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