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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통령이 소설가가 된 꿈을 꾸었다. 2024년의 뻘밭에서 벗어나 1980년의 꽃밭에
도착한 소설가는 바닷가 묘지 십자가 위를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처럼 유유자적 지내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임을 알지 못했다. 밤새 좁은 집필실에서 12월 12일 받을 문학상의 수상소감을
다듬다가 문득 깨어보니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진열장의 술병들을 훑어보며 입 꼬리가 올라갔다.
바다가 술이라면 돛단배를 타고라도 용궁을 접수하고 용왕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소설가가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과 소설가 사이에
무슨 구별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