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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사람 Nov 29. 2023

[리뷰] 너와 나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영화 <너와 나> 관람을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과제 제출 전 날의 마음으로 뒤늦게 관람을 해치웠다.

리뷰에 앞서 밝히건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잠>과 함께 올해 가장 인상적인 한국 영화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조현철 ‘감독’ - 배우에서 감독으로

<너와 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조석봉 역으로 큰 인기를 얻은 조현철 배우의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재학 시절 만든 단편 영화 <척추측만>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에도 여러 단편 영화들을 통해 영화계에서는 일찌감치 감독으로도 주목받았다.


조현철 감독은 2016년에 개인적인 사고를 겪은 후, 죽음과 삶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으며 이후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식에 참석한 후 이 이야기를 결국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매우 강렬한 연기를 펼친 배우가 현실에선 매우 내향적인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호아킨 피닉스‘가 그러한 배우 중 하나이고 결이 다르긴 하나 <너와 나>의 감독인 조현철 배우 또한 그 간극이 큰 배우이다. 그가 이 영화에 심어놓은 영화 연출의 에너지는 현실 속 조현철의 모습과 닮아있다. 조심스러우면서 적당히 따숩다.


세월호 참사 이후 - 남겨진 이들의 삶

<너와 나>는 하이틴 퀴어물 장르의 전형성을 온전히 지키면서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건에 대한 환기와 희생자에 대한 추모까지 동시에 해낸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조명했던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있었고 그 외에는 <생일>이 첫 상업 영화로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남겨진 유족들의 슬픔을 담담하게 담아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하고 싶은 세미와 마음과 달리 자꾸만 밀어내는 하은 사이의 묘한 기류에서 느껴지는 긴장감만으로도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너와 나>는 이전의 다른 세월호 관련 작품들과 달리 환상 소설의 정서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화사하고 뿌연 화면이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거울이나 테이블 끝의 물컵 같은 여러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끊임없이 은유적으로 불안한 정서를 전달한다.


이른바 ‘남겨진 이’는 망인(亡人)이 출연하는 꿈을 계속해서 마주한다. 그때마다 섬찟 찾아오는 슬픔의 무게가 얼마나 고단하고 죄스러울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다만, 남겨진 사람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순간은 망인과 마주하는 꿈을 덜 마주하고 문득 찾아오던 상실감이 점점 잦아드는 어떤 시점부터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억들”

“내가 항상 여기 서 있을게
걷다가 지친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저기 저 별 위에 그릴 거야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 볼 수 있게“

신성우 -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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