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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수 할배 Aug 03. 2024

학위논문은 교수가 도와주는과학적 글쓰기다!

(24화) 대학원에서야 논문을 처음 썼다!

학교에서는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아인슈타인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성경 시편



교원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논문쓰는 방법을 배웠다. 사실 영어원서 수업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웠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급우들도 힘들어 하였다. 그렇지만 석사학위를 받기 위하여는 논문을 반드시 써야 하기 때문에 교육연구법 강의를 집중하여 들었다.  


논문쓰기가 힘든 이유는 간단했다. 그 이전에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니면서 그런 종류의 글을 써 본 기억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주입식 공부가 주류였고 시험은 거의 객관식이었다. '모범 답'이 있는 문제만 풀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논문쓰기와 같은)를 만들어서 스스로 증명해 본 경험이 없었다. 다행히 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잘 들으면서 논문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하여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미국에 유학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미국 학생들은 한국학생보다는 논문을 쉽게 썼다. 알고보니, 미국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탐구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탐구문제를 정하고 답을 찾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하거나 실험을 한다. 그리고 이를 수치화하여 그래프로 변환하고 결과를 찾아낸다. 이러한 과정을 청중들에게 발표한다. 즉, 학교생활(유치원~고3)내내 논문쓰기와 비슷한 탐구활동을 꾸준히 했다.  


교원대학교의 석사 논문 작성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었다. 학생별로 지도교수가 정해져서, 논문의 제목을 정하는 단계부터 지도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논문이 어떤 성격의 글인지도 몰랐었다. 그래서인지 논문의 주제도 두 번 바꾸었다. 지도교수님이 마음 고생 하셨다. 주제를 정한 뒤에는 '유사 논문'을 찾아서 견본으로 삼았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이 이론 부분을 보완하라고 요구하셨다. 견본 논문에는 없는 부분을 시켜서 처음에는 당황하였지만, 관련자료를 찾아 정리하여 삽입하였다. 논문의 이론 부분이 강화되었고 나중에 연구의 결과를 해석하는데도 유익했다. 학생용 설문지를 배부하고 수합하여 통계처리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정리하여 심사를 받았다.  


석사과정의 학위논문 최종 심사받는 날의 상황을 써 두고 싶다. 논문심사 받는날은 정말 가슴 떨리는 날이다. 세 분의 교수님 가운데 지도교수님을 제외한 두 분의 교수님이 내가 쓴 논문에 대하여 날카롭게 질문을 한다. 그분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응을 하면 졸업하고 대응을 하지 못하면 졸업이 어려워진다. 지도교수님도 학생이 심사위원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을 모두 수정하도록 도와야 하니 난처해진다.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대체로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한 다음에 하루를 시작한다. 그 날은 긴장해서 경전 읽기를 건너뛰고 싶었는데, 일상대로 읽기로 했다. 줄거리는 선지자 사무엘이 성벽 위에서 니파이인들에게 회개를 외치는 장면인데, 회개하지 않는 니파이인들이 화살과 돌을 던져 죽이려고 했으나 화살을 쏘고 돌을 던졌으나 사무엘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내용을 읽은 뒤 등교하면서 다짐했다. ‘교수님들의 질문이 내가 졸업하는데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하겠다.’ 심사장에 들어서니 세 분의 교수님이 앉아계셨고, 위원장 역할을 하는 교수님이 진행을 하였따. 그런데 당시에 엄청 바쁜 교수님이 먼저 질문을 하고 나가겠다고 하면서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였다. "지적한 사항에 대하여 보완하여 지도교수님과 상의하라." 라고 말씀하고는 나가기 위하여 일어섰다. 


그 때 경전 구절이 생각나서, “교수님, 저의 답을 들은 후에 가십시오.”라고 진지하게 말씀드렸다. 심사위원 교수님들은 의외의 상황이라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일어섰던 교수님도 잠시 멈칫하더니, 분위기에 못이겨 주춤거리며 다시 앉으셨다. 나는 그 분에게, 지적한 부분 중 하나는 바르게 수정하겠으며, 다른 하나는 내 가 쓴 내용이 올바르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은 나의 말을 인정하면서, 수정한 부분을 지도교수님께 보고드리라 말하고, 일어나 나가셨다. 남은 두 분 교수님도 몇 가지 수정할 부분을 조언하였으며 심사를 무사히 마쳤다. 


나의 논문 지도교수님은 다음 주 수업에서 논문 심사 결과를 종합하여 말씀하셨다. 우리들이 고쳐야할 부분, 유의할 부분, 심사위원들의 견해를 정리해주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덧붙였다. “논문 심사에서 쉽게 통과할 것으로 생각한 학생은 어려움을 겪었고,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 학생은 쉽게 통과했다.” 나는 아마 후자에 해당했을 것이다. 


나중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논문에 대하여 거부감이 없이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미국 학생들처럼 '탐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로 하였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탐구활동을 '프로젝트학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로젝트학습은 미래역량을 기르기에 가장 적합한 학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졸업생들이 논문을 쓰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다. 심지어 교육대학원에 재직중인 학생들은 논문을 작성하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도록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교사들에게 연구 역량을 갖추라고 강조하는 선진국의 교육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그것도 전심전력으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연구역량이 국가의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Education is not the learning of facts, but the training of minds to think. Albert Einstein

Your word is a lamp for my feet, a light on my path. Ps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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