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오늘은 오랜만에 촛불 배정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음성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첫 번째로 발병했을 때는 뭐가 뭔지 모르게 흘러갔지만 이젠 안다.
복직 후 처음에는 음성증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음성과 양성
코로나와 비슷하다. 증상이 나온다는 것. 환청과 환시 같이 흔히 뉴스에 나오는 증상이 발현된다면 양성증상.
무의욕증, 감퇴된 정서표현 같이 처음 딱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이 음성증상이다. 처음 음성증상을 바라볼 땐, 우울증상과 음성증상 그리고 약물 부작용으로 이 세 가지가 헷갈리는 게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첫째, 나는 죽고 싶거나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니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우울하기보다는 세상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항우울제를 먹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둘째, 약물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안정화되어 있었다. 약이 센 편도 아니었고 취해있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음성증상 때문에 모든 게 재미가 없었다. 어떨 땐 말하고 표정 짓는 것조차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샤워하고 화장하는 일도 너무 귀찮았다. 음성증상이라는 걸 몰랐을 때는 번아웃이 온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병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동전의 양면성처럼 조용하고 고요한 증상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무섭다.
내가 내 주변사람들에게 이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이 병 때문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들은 날 사회에서 바라보는 눈으로 똑같이 바라볼 것이다. 아니라고 하겠지만 듣는 그 순간부터 나를 다르게 바라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에게 말 못 할 비밀을 한 가지 숨기고 산다.
고요한 증상처럼 난 고요하게 내 비밀을 삼킨다.
꿈을 꿨다. 내가 쓴 글을 친구들이 알고 이 글을 읽는 것.
끔찍한 일이다.
가끔은 억울하다. 나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그냥 막 말하고 싶다.
'요즘은 음성증상 때문에 힘들어. 머리에 좋은 음식은 뭘까? 너무 심심하고 의욕이 없는데 이건 음성증상일까 아님 너희도 그래?'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내 병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도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작은 꿈이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소소하게 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