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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un 19. 2024

수요일 밤

끄적거림

나는 요즘 수요일 밤마다 이상한 일을 겪고 있다.

마치 과제를 끝내지 못한 학생이 된 기분이랄까.

마음이 급해지면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다른 날에는 꼼짝도 않던 내 손이 태블릿을 열어 타자를 치고 있다.

물론 매번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 시간만 되면 습관처럼 한글을 뚫어져라 쳐다본다거나 의미 없는 타자를 두드릴 때도 있다.

그러다가 운 좋은 날은 글을 써 내려간다.


글쓰기도 근육 같아서 반복적으로 꾸준히 연습하고 키워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게 되면 매일 일정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쓰고 싶었다. 출퇴근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의 욕심이었던 걸까. 언제부턴가 나는 밀린 과제를 하듯 수요일 밤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수요일 밤마다 계속되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많은 요일과 시간 중 왜 하필 수요일 밤일까?

나의 처음에서 찾아봐야겠다.


나는 문득 글을 쓰고 싶은 주제나 글귀가 떠오르면 메모장을 이용한다.

그곳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고 시간이 될 때 한글로 옮겨 담는다. 요일이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생각이 날 때, 시간이 날 때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나의 첫 글쓰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글을 정말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나는 주로 메모장에 글을 깨작거리는 것에 그쳤었다.


내가 글을 규칙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글쓰기 모임을 통해서였다.

모임날짜는 목요일이었는데 글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수요일까지는 글을 써야 했다.

모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의욕이 앞서 월요일까지 써놓고 다가오는 목요일을 기다렸다. 

처음 몇 번 뿐이었다.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게으름과 함께 글을 쓰는 날짜가 미뤄졌다. 결국은 수요일 밤이었다.

마감 아닌 마감에 쫓기듯, 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조급한 마음으로 수요일 밤을 맞이해야 했다. 

그날의 글쓰기는 방학 끝에 하는 그림일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은 언제나 썼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제대로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내 몸과 마음이 은연중 수요일 밤은 글 쓰는 날이라고 인식한듯하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내가 바라던 방향과는 조금 달라서 이 습관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수요일 밤에 못된 습관이 생겼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렇게 글 쓰는 습관이 생기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인가 싶다.

나는 수요일 밤의 글쓰기를 고칠 수 있을까. 고쳐야 하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글쓰기도 습관이 되고 좋은 버릇을 길들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점이다. 



제목을 화요일 밤으로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임이 끝나고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다. 

나는 글을 주로 수요일에 올리는데 그날은 습관처럼 글쓰기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요즘 수요일 밤마다 겪었던 이상한 일들이 화요일 밤에도 시작되고 있다. 

조금씩 수요일에서 화요일 밤으로 옮겨가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글쓰기 습관은 요일이 아니었나.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장한 압박감이 나를 글 쓰게 하는 건가 보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을 매일 느꼈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던 대로 글을 출퇴근처럼 쓸 수 있는 습관이 들 때까지.

지금은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습관이지만 나에게는 글 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습관을 유지하고 늘려나간다면 나의 글쓰기도 언젠가 꾸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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