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휴지통은 어디에 있을까?
‘왜 저걸 계속 보고 있지? 적당히 좀 보지. 그렇게 재미있나?’
‘그냥 안 보면 그만 아닌가? 왜 못 끊지?’
나는 나름 유튜브를 늦게 보기 시작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빠져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시작과 반비례하는 속도였다.
나는 내가 유튜브를 보더라도 쉽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려웠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나의 착각이자 자만이었다.
내가 유튜브를 습관처럼 보게 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그전에는 남편이 여행 정보를 모으기 위해 보는 것을 가끔 옆에서 같이 볼 뿐이었다.
그때는 유튜브에 이런저런 영상이 참 많다고만 생각하며 남들은 보지만 나는 자주 보지 않을 것처럼 여겼다. 역시 사람 일은 잘 모르는 거다.
어느 날 검색창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관해 외국인들이 이야기하는 영상들도 재미있었다.
유튜브는 내게 흥미로운 영상들이 많았다. 내가 볼 것들이 많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알고리즘은 계속 보아도 끝이 없었고 내 머리와 손, 눈은 재미난 것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나를 혹하게 하는 보이스피싱 같은 영상도 있었고 필요한 정보와 소식도 있었다.
세상 여러 곳을 보여주는 여행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영상들은 대리만족이 되어주었다. 마치 내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유튜브는 일반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인터넷 방송만의 재미가 있었고 신기한 것들도 많았다. 유튜브의 세상은 말 그대로 흥미진진했다.
그러다 보니 밤늦게까지 유튜브를 보게 되는 날들이 많아졌고 내 손에는 늘 핸드폰이 쥐여있었다. 눈은 피곤해서 빨갛게 되어있었고 손목은 아파져 왔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어느 날은 멍하니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내 모습에 놀라 ‘나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보던 것만 보고 꺼야지.’라며 나를 합리화시켰다.
물론 유튜브를 끄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미처 보지 못한 영상들에 미련이 남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는 그렇게 도파민에 중독되어 갔다.
사람은 자만하면 안 된다. 내가 유튜브를 통해 도파민에 중독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나는 아니다.
절대는 없다. 그 누구도 가볍게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었다. 쉽게 빠져들어 가고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일이라 다들 힘들어했나 보다.
요즘 그래서 난리인가 보다. 그래서 도파민 중독 탈출하기가 유행인가 보다.
무언가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직접 겪은 사람에 대해 함부로 쉽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상황을,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유튜브에 중독되기 전에는 유튜브만 보고 있는 사람들을 조금은 어이없게 생각했다.
왜 화면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을까. 영상만 보다 보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유튜브에 나오는 이상한 이야기 때문에 진실을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을까.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직접 느껴보니 알겠다. 유튜브에 빠져있는 내 모습이 예전의 내 생각처럼 어이없지만 그걸 알면서도 쉽게 바꿀 수 없는 거다.
그만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처럼 할 수 없는 거다. 이러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재미와 즐거움을 간단하게 포기할 수도 없다. 조금은 안쓰럽다.
당신은 어떨까? 당신 손에는 늘 핸드폰이 들려있고, 당신의 눈은 창밖의 모습 대신 화면에 고정되어 있으며, 당신의 생각은 멈춰있지 않은가?
당신도 나처럼 자신이 안쓰럽다고 느껴지는가?
모든 것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유튜브도 그렇다.
재미를 주는 유튜브는 우리를 즐겁게 만들지만 우리를 멈춰있게도 만든다. 웃을 수 있게 해 주지만 중독되게 만들기도 한다.
정말 쉽지 않겠지만 적당히 해야겠다. 이제 나와 유튜브 사이에 편안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겠다. 내가 짝사랑같이 매달리는 안타까운 모습은 이제 그만하자.
유튜브야 우리 헤어지자. 우리 그만 헤어지고 편안한 친구로 돌아가자.
‘헤어지는 기념으로 영상 하나만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