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을 과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20대 후반의 나는,
아플 때 생각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내가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
더 어렸을 때는
그저 같이 있고 싶은 사람.
그보다 더 어렸을 때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세상을 살아내며 성장하는 동안
외면도 내면도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그 변화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심지어는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도 했습니다.
와중에 항상 함께 변화하고 있었지만 조금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나의 감정입니다.
감정은 밀려오는 순간 나를 너무 쉽게 장악해 버려
감히 그것을 조절해보고자 하는 의식도, 의지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순간은 어떤 사건이 주는 깨달음일 수도 있고
감정의 바닥을 찍었을 때 내밀어진 누군가의 구원일 수도 있고
그저 여름 새벽 선선한 에어컨 바람이 주는 변덕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따금 나를 돌아봤을 때
변화한 나의 감정을 직시하고 정의하는 건 꽤나 생소하고, 멋쩍고, 어려운 일입니다.
다양한 감정이 있지만, 오늘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가, 사랑은 무엇인가.
삶 대부분의 시간 속에서 나는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무언가에게 힘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것 -지식, 기능, 생각 등-.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 -공감, 강점을 발굴하는 등-.
끊임없이 외부에서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자 했습니다.
나에게 없는 정답이 다른 곳에 있으리라 믿고 찾아 헤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그런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온전히 적어낸 나의 글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
듣는 것 만으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종류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책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대화
내일의 나를 만들어나가는 나.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했을 때
아플 때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나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
편안하게 나의 불안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내가 가장 약할 때 더 절실하게 생각나는 사람
과거의 내가 생각한 사랑이 틀렸다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실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한 시간들이 있었고(여전히 그런 생각들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생각도 시간이 흐른 뒤엔 결국 지나간 생각이 될 것입니다.
지금 감히 내린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도
결국은 변할 것이라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죠)
그것 또한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그 과정의 순간인 지금이 조금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 '사랑'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