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와 닮았다.
사실 바다보다는 세숫대야에 끝까지 담겨 위태로운 물과 더 닮아있다.
누군가 잘못 건들거나 살짝만 흔들어도
심지어 주변 소음의 파동에서 조차 쉽게 영향을 받아
울컥거리며 물을 쏟아내고, 사정없이 출렁거린다.
예쁜 감정은 폭죽과 같아서 반짝반짝하고 빛나는데
파도를 닮은 감정들은 대부분 축축하고, 찝찝하고, 숨이 막혀 소름이 끼친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행여나 어린 실수를 할까 다급히 입을 다문다.
갇혀버린 감정들은 당황하여 더욱 거세게 내 몸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성난 감정들을 느린 심호흡으로 달래 본다.
달래질 때도 있고, 여전히 출렁거릴 때도 있지만
일단 심호흡을 하기 시작하면 내 감정의 파도를 한걸음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감정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감정은 감정이고, 일을 하자.'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일이 그릇된 원인이 뭐지
이 원인을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뭘까
일을 해결하려는 순서를 세우고
순서에 입각하여 일을 진행하다 보면 조금씩 일이 해결되기도 한다.
일이 해결됨에 따라 감정 또한 천천히 가라앉아 평온함을 되찾는다.
설령 이성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못하더라도, 한걸음 물러나 나 자신의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 건 꽤 흥미롭다.
제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휘둘리고 있는 꼴이 퍽 우습기도 하고.
몇 번 내 파도를 경험하면 이제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아, 또 몰아치겠구나'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오히려 좋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철저히 준비하면 된다.
그래도 언제라도 출렁일까 조마조마 한 건 마찬가지지만.
나는 누구보다 옹졸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같잖게 다스리는 척하는 사람. 넓은 마음인척 하는 사람.
그래서 마음 다스리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아는 사람.
바다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거센 파도가 쳤을 때 그 안에서 서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