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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Mar 22. 2024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63

2년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서 읽어보았다.

난 이책의 저자가 지금 그렇게 내가 꽃혀있는 그 멋있는 김정운 교수님이라고는 미처 생각지를 못했다.

워낙 그림에 문외한이다보니 그냥 유명하신 화가이신줄만 알았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님!

완전 반전이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서 지난 50년 동안은, 그저 떠밀려 오듯이 살아왔다면 , ​앞으로의 50년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돌연 교수라는 안정적 직위를 박차고 일본으로 그림 공부를 위한 유학길에 오르셨단다.

참 대단한 용기이시다.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지원해주시는 사모님 또한 대단하시다.

슈필라움을 꿈꾸면서 살아온 지난 몇 년간의 삶을 ​“김정운의 여수만만”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것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하셨단다.

책표지에 “김정운 쓰고 그리다”라는 이 멋진 문구를 ​왜 2년전에는 제대로 못봤을까?

지금이라도 김정운 교수님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하고나서 다시 책을 들으니 모든 것이 다 새롭고 또 새롭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여수 앞바다의 미역창고로 쓰던 창고를 ​시세보다 두배나 더 주고 사셨다는 말씀에 그때는 속으로 살짝 흉을 봤었다.

이러니까 땅값이 뛰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정운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나만의 공간인 “슈필라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히 필요한 것인가를 그동안의 공부를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그 미역창고를 혹시라도 내놓으신다면 ​두배 세배 더 드리더라도, 나도 한 번 그런곳에서 살고 싶다. 물론 희망사항이다.


안타깝게도 슈필라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가 우리말에는 없단다.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합성어로 우리말로 억지로 번역하자면 “여유공간”정도이다.

이 “슈필라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에 한 번이라도 푹 빠져봤다면, ​‘여유공간“이라는 말이 좀처럼 가슴에 와닿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슈필라움이라는 것은 단어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 같다.

어쩌다 어른이 아닌 어쩌다 한 번, 이 슈필라움이라는 단어에 꽃혀셔는, ​완전 잘난척 하면서 쓰고 있다. ​웬지 멋있고 근사하다. 칠십대 할매가 슈필라움 어쩌고 저쩌고 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 새로운 세상인 것이다.

내가 꽤 그럴듯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남자들한테는 자동차 운전석이 슈필라움이라는교수님 말씀에, ​이 나라 모든 남자들이, 아니, 대한민국의 남편들이 참 불쌍하고 안쓰럽게 여겨진다.

괜스레 코 끝이 찡해온다.

그래서 남자들이 그렇게도 “자연인”만 본단다.

아내들이여…

남편한테 작고 아담한  남편만의 슈필라움을 만들어 줍시다 ^^


자주 웃고 잠 푹 자는 게 진짜 성공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불안과 걱정이 습관처럼 되어버려서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무리 금은보화를 싸놓고 산다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의 걱정거리 가운데서 정말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일은 고작 4퍼센트 밖에 안된단다. ​나머지 96퍼센트의 쓸데없는 걱정에서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성공한 삶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워낙에 어려서부터 잘 웃던 나는 웃는 것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그 덕분에 말 안통하고 서로다른 문화권인미국에 이민가서도, ​말은 못하지만 웃는 얼굴 덕분에 크게 고생은 면한 것 같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아서 ​살아남기 위해 이 궁리 저궁리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면증이라는 것이 찾아와서 ​꽤 오랜 시간을 잠을 못자고 고생했었다.

그러다보니 늘 잠이 부족한 상태로 살다보니, 미국 생활이 행복할리가 없었다.

내나라로 다시 돌아오고 나니, 여전히 미래에 대한 걱정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맘이 편해서인지그 지독했던 불면증이 사라졌다.

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달리 병원을 다닌 것도 아닌데 ​그냥 맘이 편해진 것이다.

지금은, 원래부터 타고난 장기인 잘 웃는 것과 잘 자는 것까지 갖추었으니 ​나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다!




김정운 작가님을 괴롭힌 세명의 남자들이 계시단다.

이름하여, 유시민 / 혜민스님 / 이상순이란다.

이 세명의 남자들보다 본인이 훨씬 더 잘생겼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다 용납이 되었었는데. ​막판에 이상순의 아내가 이효리라는 것에 게임오버란다.

어쩌면 이리도 재치있고 유모감각이 뛰어나신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내내 전혀 지루함을 못 느끼게 하는 교수님만의 매력이시다.

2년전에는 못느꼈었는데 요즈음 다시 강의로 만나게 되는 김정운 교수님은, ​갈수록 더 미남이 되신다. 진정한 매력남이신 것 같다.

열받으면 무조건 지는 거란다.

우리 사회는 교수님처럼 “욱”하며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사람이 아주 많단다.

사소한 일에 목숨걸다가 진짜 중요한 목숨 잃지 말고, ​분노를 달래고 가라앉혀서 심장 계통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하자.


작가님이 여수에서의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아침마다 삶은 계란을 아주 맛있게 먹는 그 즐거움 이시란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는 말에 ​과연 멋있는 교수님답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나도 내일 아침부터는 우리 집 양반한테 계란 후라이 대신 삶은 계란을 줘야겠다.

그러면 교수님처럼 바뀌려나…


책을 진짜 재미있고 정말 중요한 것만 끝까지 읽으라신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버리란다.

띄엄띄엄 골라서 읽으라고, 목차도 있고 색인도 있는 것이라는데, ​왜 나는 아직도 옛날 옛적의 버릇이 남아있어서, ​무조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

자고나면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이 됐다.

그 만큼 책의 종류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어느 세월에 다 읽겠는가…

골라 읽는 “발췌독‘을 배우자.

어찌됐든 무조건 읽고 또 읽자 !!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 앙리 르페브르 )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남편들의 공간이 사라졌단다.

안방은 와이프 차지가 되고, 거실 소파가 어느새 남편 자리로 자리 잡았단다.

교수님은 TV보는 게 전부인 거실을 없애서라도 남편의 공간을 만들어 주란다.

안되면 땅굴이라도 파란다.

우리가 한국에 살 때만 해도 남편은 하느님이었다.

무엇이 남편의 자리를 빼앗아 갔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마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쉬워져서 일까?

아무리 그래도 집 안에 남편의 공간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대접 못 받는 남편 어디가서 대접 받겠는가.

공간이 있어야 주체의식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지당하고 또 지당하다.



빈 책장에 책을 채워가며
늙어갈 겁니다!
( 김정운 )


교수님이 최근에 하신 생각중에 가장 훌륭한 생각이시란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는 일을 본인이 가장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미역창고”의 책장공사를 하면서 깨달으셨단다.

공사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집을 지어봤던 경험이 있어서 얼마나 힘든 일인가도 알고 있고, ​늘 시작과 끝의 비용이 엄청나게 변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너무 바닷가 가까이에 있다보니 ​행여 장마나 태풍에 무탈하셔야 할텐데라는 걱정도 앞선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 건물 내부 수조 밑바닥에서 물이 스멀스멸 배어 올라온다는 말씀에 ​괜스레 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




언제 한 번 여수에 가면 진심으로 꼭 교수님댁을 방문하고 싶다.

너무도 멋진 인생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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