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소기업 10년 차 경리이다.
그동안 별에 별 회사를 다 다녀봤는데 이 회사는 입사한 지 10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직원은 45명 정도 되는데 모든 직원의 기피 대상 1위는 바로 사장님.
키는 땅딸만 하시고 체격도 아주 왜소하시다.
내가 입사하기 전 이야기에 따르면 보통 회사 탕비실에는 직원 간식용으로 과자나 초콜릿 등이 구비되어 있는데 사장님께서 간식이 직원들의 건강을 해친다며 다 없애고 사탕 정도만 남겨 놓으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그 사탕은 본인이 직접 채워 놓으시겠다고..
그 후 내가 입사하였고, 간식 주문하는 것도 경리의 업무였기에 편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가끔 오후에 단것이 당겨 사탕바구니 쪽으로 가보면 땅콩 카라멜에서부터 자두 사탕, 말랑 카우, 박하사탕까지 아주 다양하게 들어 있어 취향껏 손에 쥐고 자리로 와 당 충전을 하곤 했다.
이후 업무 적응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고, 사장님께서도 탕비실, 회의실 등 곳곳의 사탕 바구니에 열심히 사탕을 채워 넣으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3개월쯤 지났을까..
탕비실에서 마주친 한 직원이 " 사탕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 라며 말을 건네왔고 궁금한 마음에 바구니를 들여다보았는데 이전의 알록달록한 모습들은 온데간데없고 시커먼 포장지에 시뻘건 일본어가 쓰여진 사탕들만 수북이 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때 탕비실로 들어오신 사장님의 첫마디 " 그거 비싼 거야 "
나는 곧바로 " 그런 것 같아요. 맛도 없게 생겼고요. "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랬다가는 저 정체 모를 사탕과 내가 같이 퇴출될 걸 알았기에 마음속으로만 대답을 해드린 채 조용히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나중에 알게 된 그 검은 사탕의 정체는 일본산 흑사탕이었다.
이 사탕을 애용하는 주 고객층은 50~60대였고, 이 회사 직원의 평균 나이층은 30대~40대로 무려 20년을 앞서 간 사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가는 사람들은 당시엔 손가락질을 받지만 지나고서야 그 뜻을 알 수 있듯이 왜 우리 사장님께서 현재 모든 직원의 기피대상 1위 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