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았던 주말이 모두 지나갔고
돌아올 리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날도 와버렸다. 월요일.
얼마나 시달리는 사람이 많으면 병명까지 붙여졌을까. 나도 어젯밤부터 시름시름 앓았더랬지..
어떻게 출근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모니터를 켜고 곧장 탕비실로 향했다.
이 극심한 피로에서 날 구해 줄 모닝커피.
내릴 때부터 나는 은은한 원두 향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첫 입은 아주 고소하고 중간 맛은 약간 씁쓸하다 마지막엔 아주 부드럽다. 이렇게 서너 모금 정도 마시면 저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 공 차장! 이리 좀 와봐! "
방금 전과는 다른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표정은 항상 밝아야 한다.
" 네~ 오셨어요. "
" 청소 업체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 이! 이! 바닥에 때 좀 봐. 전에 하던 아줌마가 참 잘했는데. 그때 몸이 아프다고 했던가. 연락 좀 다시 해봐 "
매달 비용을 들여 전문 업체에 청소를 맡기고 있지만 전문 업체보다 더 전문적인 눈을 가지신 우리 사장님이시기에 얼른 청소 아주머니의 연락처를 알아내야 했다.
내가 입사하기 전 청소를 해주셨던 분이라 나에겐 정보가 없었고, 관리 전무님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내가 먼저 통화했고 지금은 몸이 괜찮아지셔서 옆 건물 소속으로 청소하고 계시다네? 우리는 토요일에 된다고 했으니까 이따 오후에 사무실 보러 오실 거야 "
또 한 가지 전무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보통 우리 같은 오피스단지의 청소 여사님들의 경우 건물 소속이라고 해서 각 입주사의 청소가 아닌 복도나 화장실 등 건물 공동 구역을 청소해 주시는 분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각 입주사의 청소는 우리가 현재 업체에 비용을 주고 청소를 맡기고 있는 것처럼 재량에 따라 하는 것인데 건물에 소속된 여사님들의 경우 그 건물의 입주사 청소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청소 업계에도 이런 상도덕 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지면서 평일에도 소속 건물 청소를 하시고 주말에도 우리 사무실을 청소하러 오신다는 생각에 지난 주말 지인과 주 5일제도 부족하니 주 4일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내 모습이 잠시 부끄러워졌다.
금세 오후가 되었고 오신다는 시간이 되어 방문 벨이 울렸다. 그리고 곧바로 여사님 한 분이 들어오셨다.
체구가 아주 작으셨고 내 예상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것 같았다. 작은 배낭을 메고 계셨고 지금은 입지 않는 오래된 스타일의 패딩과 색이 바랜 듯 해 보이는 검정 바지를 입고 계셨다. 안내를 드리러 가까이 가니 자글자글한 주름 위로 곱게 하신 화장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