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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린 Dec 24. 2024

그가 눈에 들어온 건 우연인듯 운명인듯

2009년 7월 어느 여름날

그녀는 29개월이 지난 아이를 포대기에 둘러메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아이를 겨우 재웠다. 그냥 누워서는 절대 자지 않았던 아이였기에 눕히다 깰까 봐 살며시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아휴 성공!


(분홍색 구멍 송송 뚫린 여름 포대기

그 간지 안나는 여름 포대기를 메고 얼마나 아파트 복도를 서성였는지.)


드디어 꿈같은 자유시간이다.


그러나 눈꺼풀은 천근만근.

며칠째 제대로 잠은 못 자고

피골이 상접한 나였지만 자기는 싫었다.


아이가 잘 때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는데.. 하지만 그러기 싫었다.


소파에 앉아 마른빨래들을 한가득 쌓아놓은 채로 텔레비전을 켜고 의미 없이 리모컨을 클릭 클릭


그러다 한 채널에 눈이 멈춰 섰다.


그건 바로


<슈퍼스타 K>


지상 3사가 아닌  Mnet이라는 채널에서 하는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그때는 거의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요를 듣는 걸 좋아했고

중학생 때는 MTM을 다니는 친구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도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소심하고 도전을 꺼려하던 그녀는 큰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엄마에게 얘기를 했지만.


Guess what?


엄마로부터 단박에 거절당하고 그녀는 바로 깨갱. 꼬리를 내렸다.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내가 무슨?'


MTM은 그 당시 꽤나 유명했던 입시 연기학원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화의 김동완도 MTM을 다닌다는 얘기를 친구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연기학원을 다녔었다면 어땠을까?

크크크


여하튼

얼굴이 맘에 드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노래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특히 노래의 초입부 중저음의 보이스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그의 목소리에 빠져들어갔다.



독박육아로 지쳐 있던 그녀는 슈퍼 스타 k 본방사수가 유일한 낙이 돼 가고 있었다. 본방사수를 하기 위해 아이를 기필코 재우겠다는 일념으로 평소보다도 더 일찍 수면모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찍 재워야겠다는 맘을 가질 때는 아이가 안자더라...

참 희한해.


엄마가 놀러 나가려고 약속을 잡으면

꼭 아이는 아픈 거랑 같지.



본방사수를 하며 그에게 문자투표를 하면서 자연스레 슈퍼스타 K의 우승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누군가를 응원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마음 깊이 안착.


본방사수가 끝난 후에는

다시 돌려보느라 밤늦게까지 지새운 나날들.


그렇게 우연인 듯 운명인 듯

그는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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