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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터플랜트 Jan 18. 2024

아주 오래된 것들과 헤어지기 시작했다



회사가 망했다. 


망했다는 표현은 아직 섣부른 감이 있으니 망하기 일보직전이라고 말해야 할까.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는 산 귀퉁이에 있던 아주 오래되고 작은 건물이었다. 한이 서려 귀신이 나온다고도 했고 보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딱히 무언가를 팔아야 수익을 남기는 회사가 아니었으나 말단 직원들은 알지 못하는 이해관계가 얽혀 덩치가 두세 배는 커지고 위치도 동종업계 기업들이 즐비한 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부터 급격히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단  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이별이었다.


첫 이별은 오래 일해왔던 부서를 벗어나 처음으로 맡아본 업무를 눈물 쏙 빠지게 알려주었던 팀장님이었다. 나이보다 빠르게 늘어가던 흰머리가 목덜미까지 뒤덮었은 즈음이었다.


옷깃이라도 잡힐세  작은 손가방조차 없이 삼십년 청춘을 모조리 쏟아냈던 회사를 떠났다.


홀가분한 뒷모습이었으니 가시려던 길을 아주 조금 일찍 가셨나 보다 하며 넘겼다.


그 뒤를 따라 옆에 앉아 십여 년 함께 일하던 동료가 떠나고, 미처 티 내지 못했으나 마음으로 예뻐했던 동생이 떠났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 '업무는 좀 어때?'라고 묻자마자 눈물이 그렁하게 차올라 내심 당황하기도 딱하기도 했던 친구가 회사문을 나섰다.






인간관계에  지칠 때마다 회사에서 바랄 것은 그저 돈일 뿐 우정이며 사랑이며 돈 안 되는 것들이나 찾자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며 위안했었다.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뒀다.


남모르게라고 생각했으나 돌아보면 다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를 싫어한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조금씩만 티를 내고 아주 많이 감추고자 노력했었다.


헤어짐을 연속하며 그런 것들이 과연 의미가 있었을까 돌아보고 고민한다. 사람 일이란 모른다는 말을 이토록 실감하는 적이 있었던가.


나는 지금 조금은 저어했을 당신의 그 모습조차 그리워하고 아쉬워한다.


점심 식사 후 매일 걸었던 산책로의 돌아올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함께 보고 싶다.


나는 당신과 이별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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