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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02. 2024

선택관광을 선택하라?!

Life is C between B and D.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엔 "여행을 즐기려면 여행업을 떠나라."는 말이 있다. 여행업계엔 나처럼 여행이 좋아서 여행을 업으로 삼아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천태만상 고객들을 상대하다가 한번씩 만나는 진상고객들에게 질려서 여행업을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확연하게 원가상승 요인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상품가는 이전과 같거나 오히려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더 낮아져서 정상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 현실이다. 

선택관광과 기형적인 여행업의 현실

여행상품 기획자로 일을 시작하면서 여행업계 초기엔 선택관광이라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프로그램들을 다 포함사항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고객들은 여행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고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부담 같은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진행하는 나도 맘 편하게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만큼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을 수 밖에 없는 선순환 구조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여행업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단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도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낮은 상품가로 어필하는 패키지 여행상품들이 주류가 되기 시작했다. 여행상품가를 낮추기 위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핵심적인 프로그램들은 별도로 빼서 '선택관광'이라는 이름으로 현지에서 추가로 결제하고 진행하는 방식이 점점 더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아예 선택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으로 처음부터 적자상태로 출발한 여행원가를 메꾸는 비정상적인 정산방식이 상식처럼 굳어져버렸다. 

선택관광이라는 방울달기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의 성향과 조금이라도 더 낮아보이는 상품가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여행사의 필요가 첨예하게 만나는 접점이 '선택관광'이다. 선택관광은 기형적으로 변질되어버린 여행멉계의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즉 선택관광을 선택하는 것이 고객에게 좋고, 현지에서 여행을 진행하는 에이전트(인솔자, 가이드, 현지여행사)에게 좋은 것이다. 

선택관광은 문자 그대로 선택사항이지만 사실상 현지에서의 여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필수적으로' 선택되어져야만 하는 핵심일정이다. 모든 패키지 여행은 출발부터 마이너스 상태이다. 고객들이 지불한 여행상품가로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불하기도 버겁다. 합리적으로 산출된 선택관광비를 지불해야만 현지에서 고객들이 제공받는 식사, 가이드 서비스, 현지 여행사의 수익이 일부라도 보전된다. 선택관광을 선택하는 고객들은 정상적인 여행이 가능하도록 협조해주는 고마운 분들이기에 에이전트들이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선택관광을 선택하라! 자신을 위하여

나는 나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패키지 여행을 가면 현지에서 진행되는 선택관광에 협조하라고 조언해준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리며 여행을 만끽할 수 있기에... 말도 안되는 가격의 여행상품가에는 말로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밑에 깔려있다. 그들이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에 대해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선택관광이다.

터무니 없는 가격이란 없다. 여행원가를 센트 단위까지 계산하여 선택관광비를 지불하면 손해보는 것으로 착각하는 헛똑똑이들이 많다. Penny wise, Pound foolish를 실천하고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불만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선택함으로써 불만족스러운 여행 또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여행이 가능하도록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댓가를 지불하고 마땅히 제공되는 서비스를 만끽하라. 그러면 무엇보다 먼저 그런 선순환을 선택한 자신이 행복하고, 그런 고객을 섬기는 에이전트들과 그에 딸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다. 덕을 좀 베풀고 살란 말이다. 

Life is C between B and D.

나는 지금도 추가비용 없이 모든 것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씩 선택관광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패키지 여행 인솔을 맡아 출장을 나가보면 너무나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 갈등이 불가피한 선택관광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현실을 절감하며 아득한 절망을 느끼곤 한다.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던가! 여행이 그렇다. 선택이 좋은 여행을 만든다.


- 여행업계의 현실을 개탄하는 한 전문인솔자의 한탄을 들으며 고객과 여행업계의 입장을 잘 아는 중간자의 입장으로 선택관광에 대한 생각을 두서없이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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