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태원 Taewon Seo Sep 04. 2024

인스타 감성

Far from my star where I live

여행중에 1,000장의 사진을 찍는다면 내 사진은 1장 있을까 말까이다. 내가 들어가거나 드러나는 사진에 가장 시큰둥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풍경은 언제나 질리지 않는 진리이고,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표정에 끌리지만 그런 것들을 포착해내는 나라는 존재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늘 부담스럽고 부자연스럽다. 자아도취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인스타 세상에서 나는 철저하게 존재감 없는 존재이다. 계정만 유지할 뿐 이리저리 둘러볼 여유도 없는 그런...


내가 사는 행성과 다른 머나먼 별나라 감성을 이해하려면 나는 도대체 몇만 광년을 벗어나야 하는 것일까? 나처럼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기도 쉽지 않을텐데 거기서 빙산의 일각을 떼어내어 담는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물난리 때 오히려 마실 물이 귀한 것처럼 너무 많은 콘텐츠들이 오히려 엄두가 안나서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참 어려운 숙제이다. 나라는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가고싶다.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그냥 감각적으로 툭툭 던지듯 올리는 사진들이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끄는 힘이 있는 것을 나는 '인스타 감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걸 타고 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감성이 어필되는 트렌드를 잘 알아 기가 막히게 편승하는 영민한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 외국어 오남용을 비판하는 한글 탈레반에서 벗어나 그냥 자유롭게 외국어를 한글로 받아써도 우리말처럼 소통하는 변절을 선택한는 나의 노력이 눈물겹다. 인스타감성의 시대에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정말


힘을 빼라. 심플하게 글을 쓰라. 꾸준함을 유지하라... 안다. 안다. 안다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내가 이걸 먹어라 저걸 먹어라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이어지는 것 같다. 나 자신이 먼저 나 스스로의 마음에 들고 자신감이 있을 때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인스타든 페북이든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폰트도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브런치라는 해로운 플랫폼에 이런 저런 자기반성적인 글들을 초등학생 숙제하듯 이어간지 어언 2주가 지나간다만 여전히 나는 내가 맘에 들지 않는 안스타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네가필름으로 포착한 딸 아이의 축구하는 모습 사진


말이 필요 없이도 그냥 감각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 인스타 감성은 어쩌면 이미 내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내게 너무 인색해서 인정하지 않거나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암튼 내가 내게 먼저 스타가 되어야 내가 사는 행성에서 살 수 있겠다. 내가 나의 스타가 못되는데 어느 별에서 빛날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내가 빛나지 않아도 조용히 무색무취로 살다 가고싶을 정도로 욕망이 없는 인간은 아니지 않는가? 정직해지자. 이대로 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찬란한 나만의 별이여...

작가의 이전글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