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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14. 2024

땅 끝에서 그 너머로

From Non to Plus Ultra 

뻔한 얘기지만 세상이 평평하다고 믿었던 시절 인간은 오랫동안 땅이 끝나는 곳 바다 너머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했다. 너무 멀리 나가면 천길 낭떠러지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도 생각했고 그런 두려움을 이용할 줄 아는 약삭빠른 사기꾼-대개 종교인들이나 권력자들에게 휘둘리기 십상이었다. 고대의 신화들부터 중세의 암흑기가 깨지기까지 그랬다. 유라시아라는 커다란 땅덩어리가 끝나고 아프리카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의 좌우의 봉우리들를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부르고 그 위에 Non Plus Ultra라고 썼다. 여기가 끝이니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렸다.

뻔한 여행이지만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사는 내가 서쪽 끝 이베리아로 날아오면 늘 이 고전적인 이야기에 가슴이 설렌다. 아무도 감히 넘어설 생각을 못한 끝(Ultra) 너머로(Plus) 목숨을 걸고 첫 항해를 감행한 무모한 사람들이 금지명령어(Non)을 떼어내고 Plus Ultra라고 선언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역사가들이 지리상의 발견, 대항해시대 등으로 의미를 부여한 격변 이베리아에서 선행되면서 르네상스의 전조가 되었다. 바르돌로메 디아스,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귀에 익은 이름들이 살아서 내게 말을 건다. 무지몽매할 정도로 용감하고 야심에 가득했던 항해자들의 땅 포르투갈에서 말이다.

대서양의 망망대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뿐 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인도양을 지나 태평양까지 휘젓고 되돌아간 그들이 일으킨 물결이 왜놈들에게 미쳤고 우리나라까지 덥쳤고 지금도 그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어리석게도 우리가 우리끼리 부르는 이름인 동해를 다른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으려고 애쓸 때 이미 그 바다의 이름을 Sea of Korea라고 표기하고 불러준 선각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떼주항 하구에 그려놓은 초대형 세계지도 위에 Sea of Korea를 내 손으로 그려넣는다. 동해 아니고 한국해라고...

리스본 공항을 떠나기 전 오늘 안에 라운지에서 몇 자 남겨본다. 23:57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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