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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eo Sep 18. 2024

To infinity and beyond!

from Non Plus Ultra to Plus Ultra

만화영화 토이스토리 중 뇌리에 깊이 새겨진 명대사가 "To infinity and beyond!"이다. 인간들이 정해놓은 인형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한한 세계로 나아가자는 버즈의 황당무계한 외침에 머뭇거리던 우디만 동화된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된 내가 더 크게 외쳤으니 말이다. "무한한 세계 그 너머로!" 다음주 디지털 노마드 강의를 앞두고 준비중인데 문득 그 메아리가 가슴에 울려퍼진다.


지구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인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있어서도 땅끝은 서쪽의 유럽인들이 오랫동안 그랬듯이 이베리아 반도였던 것 같다. 지중해가 안전한 세상의 울타리였고 그 너머의 망망대해까지 너무 멀리 나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들이 100% 이해되고 지금도 그들이 가졌던 두려움에 공감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지는 두려움을 낳았고, 그 두려움은 꽤 오랫동안 인간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더구나 종교가 정치권력과 결탁되어 인간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모험심마저 신의 이름으로 제한하고 억압했던 중세의 암흑기엔 얼마든지 우둔한 인간들을 땅끝 안쪽의 경계에 가두고 복종을 강요하며 지배할 수 있었다. 용감한 선각자들이 그 돌파구를 열고 나아가기 전까진 말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들로 가득한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보다 더 강한 사나이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 산맥을 찢어버리면서 아프리카와 유럽이 나뉘었고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좁은 물길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가 세상의 끝이니 "이 밖으로는 나가지 말라(Non Plus Ultra)"며 경계표시로 해협의 입구 좌우에 기둥을 세웠는데 그것을 지금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부르고 있다.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1701~1714) 후 지중해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를 차지하게 된 영국은 지금도 그 영유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지블롤터에 들어가려면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지브롤터를 방문한 것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Brexit) 이전이어서 스페인에서 지브롤터로 들어갈 때면 EU기와 함께 나란히 영국기(Union Jack)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달랑 영국기와 지브롤터기만 게양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자기 깃발도 꽂지 못하고 지브롤터를 영국에 내준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스페인 국기엔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당당히 그려져 있다. 원래 신화대로라면 그 기둥 너머로는 가지 말라고 했지만 대항해시대의 주역이었던 스페인은 부정어 NON을 떼어버리고 PLUS ULTRA라고 양 기둥에 한 글자씩 써넣었다. 한쪽 기둥은 당연히 지브롤터이고 다른 기둥은 해협 건너편 모로코 땅에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Ceuta)일 것이다. 이젠 인간이 그은 지리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 더 넓은 대양 밖으로 나아가라는 뜻일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 중 하나인 지브롤터봉(Rock of Gibraltar)은 높이 426m의 우뚝 솟은 바위산으로 지중해를 향해 내달리는 스페인 남단에서 단연 돋보인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보면 정말 헤라클레스가 북부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맥을 찢을 때 유럽쪽으로 떨어져나온 산같기도 하다.


지브롤터에서는 바다 건너 아프리카 대륙이 육안으로도 보인다.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바람을 막아주고 있는 아틀라스 산맥이 병풍처럼 서있다. 지브롤터 해협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은 불과 14Km 남짓이라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루트이기도 하다.


지중해를 통과하여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 배들을 비춰주는 유럽의 마지막 등대 Europa Point Lighthouse가 남이 또는 나 스스로가 정한 한계를 넘어 더 넗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항해자들을 응원한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내가 디지털 노마드들 앞에 강사로 서는 것 또한 Plus Ultra의 일환이리라. 그래 한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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