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란히 잠든 새벽에 너의 어깨를 두드린다
톡톡 치면 뒤돌아 볼 거 알면서도 애써 참는다.
맛집 체험단과 출근을 하다 보면 전철을 그 누구보다 자주 타게 된다.
빈자리가 남으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그 자리를 선점한다. 특히 서울역이나 종로 3가 환승역인 경우에는 알아서 기민해진다.
그 옆에 누가 탔는지 기억이 나는가? 아마도 스쳐가는 인연이니 기억에 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특정 시간대에 보였던 사람이면 내 옆에 앉아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연애를 한다는 건 누군가 내 빈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가 아닌 아주 길게 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결국 빈자리가 다시 생겨도 그 있었던 자리는 눈에 안 보일뿐 마음속에 작은 의자로 들어가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빈자리가 사람을 더 외롭게 하는 것일까? 그래서 한번 연애했던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해
사랑을 또 하는 것일까? 그건 아직도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기에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나보단 남의 외로움을 더 채워주려고 행동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의사가 남의 병을 진단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못 챙긴다는 말이 있듯이.. 한 없이 약해진 나를 돌보기에 최고의 의사는 '나'이다.
물론 그 의사도 약발이 떨어지면 다른 의사를 찾아가긴 해야 되지만 그건 일회성으로 끝나야 한다.
비도 오고 새벽에 바람이 너무 쌩쌩 불어서 문득 질문해 본다.
"난 언제부터 외로움을 지독한 고독을 달고 살았지?"
지금 대답할 수 있는 건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사람이 성장을 하면 외적으로 크지만 내적으로 외로움이란 녀석도 같이 커간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외로움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험상, 서해에 비해 동해바다는 파도가 쉽게 휘몰아친다. 서핑하는 사람들한테는 천국이겠지만 가끔 무서울 때가 있다. 외로움도 평소에는 서해에 있다가 동해로 넘어올 때가 가장 힘들다.
평온했던 마음의 파동은 끝나고 요동치는 고독이 세게 밀려온다.
그걸 매번 맞고 있지만, 올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시간이 지나 성장했지만 그 녀석도 나를 보며 성장한다.
고로 밤이든 낮이든 만나면 팽팽하게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새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한번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 볼까? 싶다가도 그냥 스쳐가는 고독 때문에 그럴 거 야하고
조용히 마음을 접게 된다.
어쩌면 그동안의 연애로 나는 누군가 옆에 있으면 주는 안정감에 취해 있다 보니 심연의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고스란히 잠든 새벽에 바람이 자꾸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어서 그만 외로워하지 말고 연애하라고"
나는 대답한다.
"좀만 더 신중하게, 나도 모르게 고백이 나오는 순간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