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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Feb 02. 2024

목이 안 돌아간다.

이틀 전부터 목이 뻐근하고 불편한 것이 오늘 아침부터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 엄청난 담에 걸린듯한데 보통 파스 붙이고 2~3일 이면 낫겠다 싶은데 집에 파스가 떨어졌다. 아이를 데리고 약국을 가려다가 뜨신물로 목을 좀 지져볼까 싶다. 아, 오늘 오전 할 일이 남았다.


1. 아침 수건 빨래(삶는 빨래)
2. 오전 화장실 청소(거실. 화장실)

낮 12시.

빨래는 돌렸는데 화장실 청소 전이다.

목이 돌아가지 않는데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을까, 화장실 청소를 안 한다고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남편은 청소에 대해서는 전혀 잔소리하지 않는다. 오늘이 아니면 주말에는 또 가족나들이를 할 것이고 지금 눈에 보이는 찌든 때를 두고 볼 수가 없다. 윽. 마스크를 쓰고 니트릴 장갑을 끼고 베이소다, 과탄산소다를 뿌린다. 아이 깨끗해를 몇 번 펌핑해 준다. 도저히 고개를 돌리거나 숙이는 것이 고통스러워 쭈그려 앉아서 변기와 마주하고 욕실 바닥과 마주 보며 닦았다. 세면대 청소는 서서할 수 있으니 수월했다. 욕실 청소를 마친 후 기대를 품고 뜨거운 물을 어깨와 목에 쏘아댄다.


하. 안 돌아가노..

이번 담은 강력한 놈이다. 고개를 숙일 수가 없다. 보통 때는 숙여서 박박 감는 머리도, 통증 덕에 드라마 주인공처럼 서서 머리를 감았다. 뭔가 찜찜해서 샤워기 물을 더 오래 쐈다. 통증이 전 담보다 훨 커서 혹시 목디스크인가? 검색해 본다. 평소 전조증상 없이 하루아침에 강력한 통증이 생긴 것이니 아무래도 담인 듯하다. 아무래도 아이를 재울 때 옆으로 모로 누워 마사지를 해주고 잠든 자세가 구부정했던 것 같다.

 

약국 가서 신신파스를 사 왔다. 오늘은 파스를 붙여도 낫지 않는다. 유튜브에 '담 푸는 법' 재활영상을 찾아 따라 해 봐도 당장 낫지는 않는다. 파스를 붙이고 스트레칭을 하니 통증 8에서 7 정도 1 정도 나아진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이 목이 아프니 불편한 것도 불편한 거지만 예상치 못하는 "아!!! 악!!!" 하는 통증이 올 때면 한껏 예민해진다.


낮잠을 재우려 침대에 눕힌 아이가 어느 때처럼 코 마사지를 해달라고 안아서 재워달라는데 헐크처럼 버럭 해버렸다.


엄마가 아프다고 했잖아!!!
목이 아프다고! ×_×
제발 좀 그냥 자!!

아이가 시무룩 "힝.." 하더니 웬일인지 5분 만에 잠들었다.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오늘의 통증은 좀 심해서 내 컨디션이 멀쩡할 때보다 덜 미안하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몸뚱이가 좀 아프다고 이리 예민하다. 어깨, 목이 아프니 뒤통수를 바늘로 콕콕 찌다. 트림을 해도 통증이 올라올 정도다. 허, 이 고통이 사라지기 전 글로 남겨본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면 필라테스를 해볼까, 발레를 해볼까, 요가를 해볼까. 이 생각하면 좀 설레서 덜 아픈 것 같기도 하다. 아파죽겠다면서 시간이 아까워 글을 쓰는 것도 "뭐 해볼까?"라는 생각이 통증을 줄여주는 것도.  생산적인 보람을 느껴야, 꿈이 있어야 즐거운 사람인듯하다. 약국 갈 때 잠깐 거닌 바깥공기가 제법 따뜻하다. 곧 봄이 올 것 같다. 아이도 나도 올해 봄은 한 뼘만큼 쑤욱 자랄 듯하다.


목이 돌아가지 않는데, 화장실 청소도 두 개나 했으니 꽃피는 봄이 오면 뭔들 못하리. 훨훨 날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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