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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과 날줄로 짜인 삶

- 일상 에세이

by 흰칼라새

가끔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바라보거나,

가족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이 행복이 오래오래 곁에 머물기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원치 않는 일이 예고없이 불쑥 찾아오거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받을 때,

이 불행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합니다.


빛과 그림자,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은

씨줄과 날줄로 만들어진 옷과 같았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씨줄과 날줄로 정성껏 떠 주신

겨울 스웨터가 참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메이커 있는 좋은 옷을 입고 다닐 때, 어머니가 떠 주신 옷은 보잘 것 없어 보였습니다.


좋은 옷을 살 돈이 없으니까

손수 만든 옷을 입는 것 같았으니까요.


지금 와서 돌아보니,

고단한 낮을 지나 고요한 밤에 뜨개질 하던

어머니의 씨줄은 미안함이었고, 날줄은 사랑이었습니다.


살아보니,

씨줄은 역경이었고, 날줄은 희망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가 떠 주신 옷을 다시 입을 수는 없지만,

그 옷처럼 씨줄과 날줄로 짜인 삶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가는 일상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입고 걸어가는 것이 곧 나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불행할지도 모르지만,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기쁨에 우쭐하지 않고,

아픔에 절망하지 않으며,

씨줄과 날줄로 짜인 이 삶을 입고

오늘도 지혜와 용기가 가득한 하루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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