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oom Dec 29. 2023

내가 달리는 이유


처음 기억하는 달리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운동이었다. 초등학생 때, 1교시 체육시간부터 운동장 몇 바퀴를 돌았던 그 기억. 어린 나는 선생님께 힘들다고 투정도 부리지 못한 채 수돗가에 가서 아침에 먹었던 것을 토해냈고, 그날 이후로 달리기는 가장 어려운 운동이 되었다. 힘들었던 그 하루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20년이 넘게 시간이 흘러 버렸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된 후, 무엇인가 날 위해 하고 싶어서 필라테스 수업을 등록했다. 아침마다 가기 싫은 내 몸을 기계적으로 일으켜 세워 수업을 들으러 갔다. 적어도 날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허전한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그런 날이 지속되던 중. 동네 엄마의 권유로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달리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하루하루 늘어나는 달리기 거리를 보며 매일 같은 공원을 달렸다.


한 달이 되자, 쉬지 않고 30분을 뛰게 되었고 달리기는 나의 루틴이 되며 지금까지 누적 1466km를 달렸다. 나는 왜 그렇게 달렸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달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매일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렇다. 사람과 일을 좋아했던 나,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았던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사실 많이 헝클어져 있었다.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도 아이가 있는 삶의 우선순위는 항상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없었고 아이를 위한 엄마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달리기는 나에게 크나큰 성취감을 주었다. 매일 내가 생각하고 목표한 대로 달리다 보면  단시간에 해냈다는 기쁨을 느꼈다. 무언가를 온전히 내 자신을 위해서 한다는 것. 날 위한 시간을 보내고 느낀다는 것은 오랜만에 느껴본 소중한 감정이었다.


사실 달리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걱정거리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 머릿속엔 얼마나 더 달려야 하는지, 오늘의 목표를 채울 수 있는지, 수없이 내 자신과 이야기하고 타협하기를 시도하며 싸우고 있다. 달리기 전까지 고민하고 생각했던 걱정과 불안은 달리고 나면 뜬구름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기 때문이다.


달리기가 나의 삶에 들어온 이후 마음이 피곤하거나 복잡할 때는 언제 어디서나 달리러 나간다. 내가 느끼는 불안하고 힘든 감정은 곧 사라질 감정이라는 걸. 그리고 그 감정은 내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을 매일 같이 달리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달렸고 내일도 달릴 것이다.

매일같이 몸과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다 보면 왠지 내가 더 성숙하고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첫 10K 메달 완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