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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Feb 01. 2024

노트북


 퇴사를 하고 회사에서 쓰던 노트북은 남편에게 주었다. 결혼할 때 샀던 오래된 노트북은 이미 아이들 차지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제일 갖고 싶었던 것이 노트북이다.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남편이 내 노트북을 다시 돌려주었다. 이제 내 노트북을 어디든 갖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기까지 한다. 노트북이 뭐길래….ㅎ


 코로나가 시작한 2020년, 나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다. 아이들도 유치원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 둘과 매일매일 집에서 복닥거리며 거의 24시간 노트북을 킨 채 생활하였다.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같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급한 일을 처리하고 아이들이 밥 먹는 점심, 저녁시간,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매일같이 일을 하였다. 아이들이 병원이라도 갈 때면 급한 일을 놓칠까 봐 항상 무거운 노트북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나는 결국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했다. 오래된 재택근무로 일과 육아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것 같지 않고 아직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먼저였기 때문에 10년 동안 몸을 담았던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격 덕분에 퇴사 이후 정말 열심히 아이들에게 신경 쓰고 엄마로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 내 마음은 그리 괜찮지 않았다. 


 집이 아닌 어딘가에 있었던 내 자리. 아침에 나의 답변을 기다리는 이메일, 이곳저곳에서 나를 찾는 전화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식사.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며 그날의 피로를 푸는 커피 한잔. 퇴근 시간이 되면 다시 엄마로 돌아가지만 내일이면 다시 있을 나만의 자리. 너무나 소중했던 그 순간과 시간들


 내가 회사를 추억하는 그 순간, 지금 이 노트북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잊고 있었던 그 시간들이 오랫 만에 노트북을 켜니 다시 떠오른다. 


 오랜만에 내 노트북 앞에서 글을 쓰다 보니 저 멀리 잊고 있었던 그 시간을 소환해 준다. 다행히도 글을 쓰면서 괜찮지 않았던 내 마음을 위로해 준다. 다행히 퇴사 후 3년 동안 정말 값진 시간을 보냈다. 회사를 다닌 그때가 정말 좋았지만, 지금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내릴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 가운데 이 노트북이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나는 내 노트북을 켰다. 이제는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말이다.

좋은 추억을 가진 이 노트북과 함께 다시 내 새로운 삶을 같이 시작하고 싶다. 더 이상 좋은 추억에 잠겨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좋은 추억을 같이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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