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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an 08. 2024

크로스핏

  어렸을 때는 체육시간을 참 좋아했다. 체력장은 단연 특급이었고, 아이들이 못하는 철봉 매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 개수는 항상 제일 잘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운동을 거의 안 했다. 그나마 있었던 체육시간에는 필요한 것만 할 뿐, 시간이 남으면 그냥 자리에 돌아와 펜을 잡았다. 그래서 수능이 끝난 후 몸무게는 10kg 이상 더 쪘다. 엄마 말대로 대학교 들어가면 모두 살이 자동 빠지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매년 새해 목표가 다이어트가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많이 뚱뚱한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야리야리하고 날씬하고픈 소망은 언제나 나와 함께였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운동은 꾸준히 했다. PT도 해보고, 재즈댄스, 필라테스 참 다양하게 시도는 했는데, 아무것도 늘지 않았다. 오히려 운동하러 가는 날마다 가기 싫어서 약속을 만들기도 하고 그냥 죄책감과 함께 그냥 집으로 퇴근한 적도 있다.


  그렇게 운동은 언제나 나와 함께였지만 친하지 않은 친구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다행히 회사를 그만두면서 시작한 “달리기”는 운동에 대한 재미를 제대로 가르쳐 주었고 체력과 지구력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던 중 같이 달리기 하는 동생이 크로스핏 체험을 갔다 왔다. 갔다 오고 나서 너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나랑 같이 하고 싶다고 권하길래 용기를 내어 체험수업을 해 보았다.


  정말 생각한 대로 힘들긴 했지만, 다행히도 내가 생각한 이상의 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크로스핏은 개인 맞춤 운동이기 때문에 무게와 동작 모든 것은 운동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그래서, 나도 그날 내 평생 생각조차 안 해 본 크로스핏이라는 종목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크로스핏은 갈 때마다 주어진 WOD(Work of the day)가 매일 다르다. 먼저 스트레칭을 하면 그날 주어진 WOD를 수행하기 위한 기본 동작들을 배운다. 그 동작에 맞추면서 내 무게를 올리거나 기술을 연습 후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WOD를 수행한다. 어떤 날은 정말 녹초가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운동을 하고 며칠간 근육통으로 일상생활이 불가하다. 그런데도 크로스핏 갔다 온 하루는 컨디션이 꽤 좋은 편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응원해 준다. 신기하게도 나를 응원하는 그분들을 보며 정말 내 한계를 넘어보는 느낌이다. 안될 것 같았는데 되는 내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 아무 말하지 않아도 똑같이 힘들고 어려운 걸 알기에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매일 정해진 자신의 신체적인 한계를 넘는다는 것. 정말 짧은 1시간이지만 하고 났을 때 느끼는 에너지는 참으로 큰 것 같다.


  오늘이 딱 결제했던 10회가 끝이 났다. 사실 매일 갈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10회 끝나면 다시 연장하지 않아야지 생각했는데, 오늘 같이 운동하던 분이 이번 주에 다시 만나자며 인사하고 먼저 자리를 뜨셨다. 그 인사가 왜 이렇게 아쉬운지… 아니면 크로스핏이 너무 아쉬운 건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보니, 이번주에 가서 다시 등록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결정했다. 한번 더 해 보기로. 비록 남들처럼 대단한 무게를 들어 올리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재미나게 한번 더 크로스핏 운동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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