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_HAPPYEND 2024_Neo Sora
Happyend | 가까운 미래이야기
네오소라 감독
작년 부국제에서 봤던 영화 중 단연 인상 깊었던 작품.
사운드도, 스타일도, 그 감도도 너무 좋아서 끝나자마자 ‘이거 나만 알고 싶다…’ 홍대병 도지는 영화였다. 네오 사카모토 감독의 〈해피엔드〉.
〈류이치 사카모토: 오피스〉 이후, 본인의 색을 더 뚜렷하게 담은 신작이고, 오는 4월 30일 드디어 국내 개봉한다. 인종도 국적도 제각각인 10대들이 테크노 리듬에 몸을 실은 채, 시스템과 감시에 맞서는 이야기.
〈해피엔드〉의 청춘은 ‘테크노’라는 장르로 정의된다.
질서 정연한 비트, 기계적인 리듬 — 그러나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자유의 감각.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밤마다 몰래 학교를 털고, 교복 벗어던지고, 헤드폰을 덮어쓴 채로 동아리실에서 테크노를 튼다. 그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거의 의식에 가깝다.
이 영화 속 테크노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저항이고, 외침이고, 하나의 정체성이다. 테크노는 언제나 반항적이다.
그것은 시스템에 맞서는 가장 정확한 리듬이기 때문이다. 〈해피엔드〉 속 테크노는 감시 사회에 대한 균열의 시그널로 작용한다.
아무도 모르게 터지는 저항의 비트..
모든 건 지진경보로 시작된다.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 그리고 친구들 아타, 밍, 톰. 무대는 근미래 도쿄의 어느 고등학교. 아이들은 밤이 되면 비밀리에 학교 동아리실에 모여 테크노 음악을 튼다. 빠른 리듬, 좁은 공간, 거침없는 에너지. 몰래 클럽에 숨어들고, 새벽까지 춤추고, 놀고, 도망친다. 하지만이 도시엔 ‘미래’가 지나치게 빨리 도착해 있다. 클럽에서 아이들이 붙잡히고, 얼굴 인식 AI가 신원을 식별하는 장면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통제의 시작을 암시한다. 이후 학교에서도 한 사건으로 인해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짤ㅋㅋㅋ 운동장 한가운데 교장의 스포츠카가 거꾸로 세워져 있다. 누가 봐도 의도된 테러이자, 비명 같은 연출. 웃기면서도 뭔가 섬뜩하고, 또 힙해..)
곧 교내도 감시의 공간으로 변한다. 카메라, 벌점 시스템, 전면적인 통제. 교복 위 반항의 실루엣들도 서서히 사라져 간다.
영화 속 지진은 물리적인 진동만을 의미하는 걸까. 어쩌면 지금, 가까운 미래에는 시스템의 진동이 더 거세게 몰아칠지도 모른다.
학교 시스템, 인간관계, 심지어는 정체성까지 흔들린다. 이런 식의 ‘균열’은 영화 내내 상징적으로 반복된다. 감시 카메라, 벌점 시스템, AI가 모든 걸 추적하는 통제된 학교. 자유로워 보였던 아이들은 점점 ‘순응’ 혹은 ‘저항’ 사이에서 균열되기 시작한다. 재일 한국인 ‘코우’를 통해 보여주는 미묘한 차별, 인종적 다양성이 이끄는 공동체의 복잡성 역시 영화의 중요한 결이다. 청춘들의 ‘우정’은 지진 이후처럼 금이 가고, 그 금이 사이로 이질적인 감정들이 스며든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순응하거나, 저항하거나, 혹은 도망치거나. 누구는 체념하고, 누구는 분노하고, 또 누구는 모른 척한다.
세상도 흔들리고, 우정도 흔들리고...
모델 출신의 하야토와 유키토. 영화 속 둘은 배우라기보단 룩북에 가까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둘의 케미가 너무 좋다... 심지어 현실에서도 같이 살고 있음...
인스타 라이브 켜면 둘이 종종 나와서 수다도 떨고, 귀여운 일상 보여줌.
그리고 대박 귀여운 ‘아타’의 룩은 거의 하이스쿨 코어의 일본식 해석처럼 느껴진다. 졸업식 룩 은근히 킹 받아...
영화의 마지막은 ‘해피엔드’라기보단 ‘열린 결말’에 가깝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일본 청춘 영화다웠긴 하지만..
‘해피엔드’라는 제목은 오히려 반어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흔들리고, 감시는 강화되고, 우정은 갈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저항할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회피할 것인가.
이 모든 복잡한 감정들이 영화의 끝자락에서 한데 모여, 그 자체로 세련되고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로 다가온다. 〈해피엔드〉는 단순한 일본 청춘물이 아니다. 패션, 음악, 사회 시스템, 정체성, 그리고 ‘균열’ 그 모든 것이 감각적으로 뒤섞인 2024년의 필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질문을 테크노의 박자 위에 던진다. 뭔가 오래 남는 감각. 세련되고, 반항적이며,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