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트램 타고 전망대로
빅토리아피크는 홍콩섬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한다. 전망대까지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갔다. 피크트램은 1888년에 완공되었는데, 원래 산 위의 고급 주택가에 사는 영국인들의 출퇴근을 위해 설치된 교통수단이라고 했다. 2022년에 6세대 트램으로 리 오픈했다고 하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매표소 입구에는 정말 성룡처럼 보이는 조각상이 있어서 모두 깜짝 놀라고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피크트램을 타러 가는 길은 시원해서 더운 날씨에도 쾌적하고 천정까지도 아주 잘 꾸며 놓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피크트램은 좌석 수가 딱 맞아 일행끼리 타려고 하지 말고 빈자리가 있으면 그냥 옆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관광객이 많을 때라 그런 듯 했다.
"오자마자 빨리 타야 돼. 우리 같이 앉아서 가자."
모르는 사람이랑 앉기 싫어서 남편에게 미리 말했다.
트램이 왔고 우리는 거의 앞줄에 있었는데도 사람들에 밀리다 보니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나는 어느 외국인 옆자리, 남편은 좀 떨어진 자리로 갔다. 그런데, 남편이 찾아간 3인석에 외국인 둘이 앉아서 비켜주질 않았다. 남편이 눈짓을 해도 모르는 척, 좁은 틈으로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갔는데도 꼼짝을 안 했다. 남편이 황당한 눈빛을 보내며 그냥 일어서는 걸 보니 화가 나는데 웃음도 났다. 가이드들이 서서 가는 걸 보니 자리에 앉지 않아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모르는 외국인 옆에 불편하게 앉아 있던 나도 남편 옆으로 가서 섰다.
"안 비켜 줘?"
"응, 네가지가 없네."
"왜 안 비켜주지? 이상한 사람들이네" 남편을 편들며 외국인들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
가끔 흔들리기는 했지만,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가는 것보다 오히려 경치도 좋고 시원했다.
올라가는 동안 경치 좋고 기후가 좋다는 이유로 산꼭대기에 살면서 그 경사진 산에 올라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만든 자본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크트램이 없을 때는 가마를 타고 왕래했다고 한다. 피크트램의 투명한 창으로 홍콩의 높은 건물과 바다를 보며 산을 느끼며 편하게 올라갔다. 45도 기운 채로 산을 올라간다. 창이 뚫려 있어 바람도 솔솔 들어왔다. 전망대에서 자유시간은 40분인데 어디로 갈지 몰라 그냥 사람들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갔다. 산 아래로 보이는 도시도 바다도 아찔했다. 인기 있는 곳에서는 줄을 서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줄 서는 거 싫어하는 우리는 좀 떨어진 곳에서 찍고 슬슬 걸으며 셀카 찍으며 놀았다
밤에 불빛 찬란한 도시를 보면 좋겠지만 낮에 보는 도시의 전경도 좋았다. 날씨도 좋고 경치가 멋있기는 한데,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두리번거리다 보니 저쪽에 멋진 건물이 있고 루프탑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근사해 보이는 루프탑을 보면 막 가보고 싶어진다.
"저기는 어떻게 가는 거야?" 처음 가기는 마찬가지인데 남편에게 물었다.
"그러게? 저긴 뭐지? 가 볼까?" 새로운 장소에서 눈썰미 있는 남편도 그제야 봤나 보다.
걸어가는 시간, 루프탑 올라가는 시간 계산하면 앉아서 음료를 마실 시간은 없어 보였다.
"저기서 보면 더 멋있겠다." 사실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데 못 가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밤에 와서 야경 보며 맥주 한 잔 마시면 끝내 줄 것 같은 장소이다. 패키지여행에 밤에는 밤대로 다른 야경 투어가 계획되어 있다.
화장실 이용하라고 알려 준 가까운 건물 안에 기념품 가게도 있고 카페도 있고 식당도 있지만 뭘 하기에는 애매한 자유시간이었다. 기념품이라도 사보려고 어슬렁거리다 몇분 일찍 나와 딱히 앉을 데도 없는 광장에서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궁시렁거리며 서 있었다. 다들 비슷한 듯했다. 시간 되기 전에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시간에 딱 맞춰 돌아가는 버스가 준비된 건 패키지여행의 장점이다. 올라갈 때는 트램으로 몇 분 만에 갔는데 내려오는 길은 위태롭게 꼬불꼬불한 산길을 꽤 오랜시간 왔다.
"홍콩은 땅값이 비싸고, 그중에서도 이곳은 최상류층이 사는 곳이고, 유명한 누구도 여기에 집이 있고, 얼마 전에 태풍이 와서 도로 전체가 통제되었는데 여러분은 운이 좋아 올라가서 볼 수 있었고...."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태풍이 와서 못 갔으면 어디로 갔을까?' 홍콩의 주거에 관한 기사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저절로 많이 접하게 된다. 눈을 감고 잘듯 말 듯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홍콩이 아닌 대한민국, 그것도 제주에 사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 꼭대기에 사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가까운 어느 날 전망대에 있는 루프탑카페에서 야경을 보며 맥주 정도는 마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