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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햇살 Sep 25. 2024

마카오 여행

축제 기간의 MGM 호텔 카지노 

마카오의 호텔들은 예쁘고 화려하고 자체로 볼거리가 많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카오의 축제 기간이었다. 평소 호텔은 숙박이 목적이 아니면 특별한 모임이나 기념일에 간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마카오의 호텔은 축제 기간에 행사도 하나 보다. 말도 많고 액션이 풍부한 가이드가 호텔에서 버블티랑 디저트를 무료로 나눠준다고 자기가 차린 것처럼 엄청 호들갑을 떨며 데리고 갔다. 재밌는 가이드를 따라 소풍 가는 학생처럼 졸졸 따라갔다. 영화나 티비에서만 봤지 카지노를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나는 호기심 가득했고, 살짝 긴장도 됐다. "카지노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입니다." 가이드의 안내가 있었다.


현란한 불빛과 음침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카지노의 도시라 그런지 밝고 건전해 보였다(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모른다). 게다가 관광코스처럼 개방하고 간식까지 나눠주니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 줄을 서서 떡과 음료를 받았다. 버블티는 우리나라의 버블티처럼 달달하지 않고 우유에 그냥 타피오카만 넣은 맹맹한 맛이었다. 떡처럼 보이는 예쁜 간식도 심심한 맛이었다. 역시 K 디저트가 최고인 듯하다. 여행가서 이용하지도 않은 호텔에서 공짜로 받아먹은 간식이 왠지 진상처럼 느껴졌지기도 했다.     


MGM호텔 앞에 금색의 멋진 사자상이 있었다. 

"영화 시작할 때 포효하며 나오는 사자 있죠? 이게 그 사자입니다" 

"사자상 앞에서 개인 사진 한 장씩 찍어 드리고, 부부 사진은 한 장 더 찍어 드릴게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팀에서 우리 부부 사진 찍는 모습을 일행들이 흥미롭게 보는 게 좀 민망했다.

패키지 특성상 다른 팀이랑 조인하는데, 저녁에 MGM호텔의 카지노를 한 번 더 갔다. 카지노는 19세 이상인데, 새로운 일행 중에 가족 여행객이 있었다. "아드님들은 여기 로비 주변에서 놀고 있고, 어머님이 안에서 버블티랑 디저트 갖다주세요." 가이드의 안내에 아이들이 많이 실망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다 커 버린 우리 아이들이랑 같이 여행 다니던 생각이 났다. 저녁의 카지노는 낮이랑은 분위기가 좀 달랐다. 영화처럼은 아니지만 좀 더 내가 생각한 분위기에 가까웠다. 그래도 역시 명랑한 분위기였다. 저녁에는 간식이 더 많았다. 버블티, 밀크티, 팝콘, 떡, 빵, 튀김, 아이스크림(그것도 하겐다즈다)에 예쁜 토핑까지 있었고 평소 먹어본 그것과는 달리 눈이 커지도록 맛있었다.  


홍콩 패키지에 마카오가 끼어 있을 때부터 남편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고 나도 궁금했다. 가이드가 간단히 게임 하는 법을 알려줬고, 슬롯머신과 룰렛 두 가지를 했다. 나는 말로만 들었던 슬롯머신이 줄을 당기는 건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안 하고 그냥 버튼을 누른다고 했다. 

"너도 하게?" 

내가 적극적이어서 남편이 약간 놀란 듯했다.

일행 중에도 나처럼 호기심에 하는 사람도 있고 구경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편은 슬롯머신에서 버튼 몇 번에 바로 끝나 버렸는데, 나는 좀 잘 되는 듯했다. 이해는 잘 못했지만 점수가 올랐다. 일행들이 내 뒤에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우와~ 이 언니 좀 되나봐. 오~ 잘했어. 와~" 

그러다가 시시하게 끝나니 구경하던 사람들이 나보다 더 실망하는 소리를 냈다.

"에이~ 저기 아저씨는 땄는데..."      

룰렛도 해봤다. 슬롯머신이 단순히 버튼만 누른다면 룰렛은 어디에 베팅할지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흑, 백 정도이다. 나는 100달러 중 50달러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베팅했다. 

"나랑 다른데 해야지" 생각 없이 베팅한 나에게 남편이 훈수를 뒀다. 우리가 베팅한 건 안 맞았고 나는 한 번 더 50달러를 베팅해서 끝났다. 남편은 소중한 50달러를 10달러씩 나눠 하면서 조금 더 끌고 가고 있었다. "한 번 더 할까?" 남편은 카지노에서 조금 더 놀고 싶어 했다. "우리가 돈을 따는게 목적이 아니잖아. 우린 그냥 여행와서 경험을 하는 거야. 자유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그 와중에 바른 소리를 하며 남편을 끌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분위기가 뚜렷이 차이 났다. 돈을 딴 언니들은 신나서 말도 많이 했다. 그동안 아주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으로 웃기만 하고 말도 소곤소곤 하던 분들이다. 아이스크림도 두 번씩 먹었단다. 우리는 조용히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도 카지노가 있었다.  

"마카오에 와서 제대로 게임도 못해보고" 아무래도 미련이 남는지 남편은 카지노 이야기를 자꾸 했다. "그래, 가자." 둘이 밤의 카지노로 갔다. 초저녁에 본 축제 분위기의 유명한 호텔 카지노와는 달랐다. 영화에서 보던 그것과 비슷했다. 어딘가 불안하고 초조한 분위기의 외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열중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패키지로 많이 가는 호텔이니 한국인도 어딘가에 있었는지 모른다. 두어 바퀴 돌았다. 기본 베팅 금액도 그리 크지 않았다. 외국인들 틈에 아무것도 모르는 와이프랑 같이 끼어서 할 용기가 없었는지 두어 바퀴 둘러보더니 그냥 가자고 했다. 같이 가 주길 잘했다. "카지노에서 게임도 해 보고 재미있긴 한데, 순식간에 돈이 사라지니까 좀 허무했어." 밤의 카지노에서 나오며 내가 말했다. "나도." 남편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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