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패키지여행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카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밤이 되니 도시 전체가 불빛 반짝 동화 나라 같았다. 마카오타워도 야경이 멋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낮에 갔다. 마카오타워에서 보는 아름다운 도시의 밤이 궁금했지만, 모든 여행을 밤에만 맞춰 할 수도 없는 게 아쉽다.
마카오타워는 360도로 돌아가며 전망을 볼 수 있고 창 옆으로는 투명한 바닥이 있다. 바닥을 보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심장이 쫄아드는 느낌이었다. 발 한번 올려봤다가 얼른 뗐다. 아무 일 없을 거라는 거 아는데, 그냥 투명할 뿐인데, 가슴이 철렁했다. 발밑으로 강도 보이고,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자동차도 달린다. 투명 바닥에서 인증샷도 찍고 특별한 포즈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편도 그들 속에서 인증샷 찍으며 걸어 다녔고 나는 멀리 떨어져서 걸었다. 전체가 유리인 창으로 아름다운 도시도, 넓은 강도, 중국 본토도 홍콩도 볼 수 있다.
61층 전망대에서 번지점프와 스카이워크를 체험할 수 있다. 안에서 투명 바닥을 걷는 게 스카이워크인줄 알았는데, 야외의 데크를 걸어 다니는 것이었다. 안전 장비를 잘하고 즐겁게 웃으며 하고 있었지만, 보는 나는 심장이 떨렸다. 마침, 번지점프 하는 모습도 보여서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갑자기 '툭' 떨어지는 장면을 보는 게 신기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번지점프 하는 모습이 많이 나왔는지 익숙한 연애인 사진들이 있었다.
마카오 타워는 곳곳에 포토스팟이 있고 인기 많은 곳을 가이드들끼리 경쟁하듯 안내했다. 사진이 제일 잘 나오는 자리라 가이드가 일행들 모두 돌아가며 찍어 줬다. 남편은 다른 곳에서 찍어줬던 사진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내가 더 잘 찍지?" 하며 우리끼리 찍자고 했다. 포즈도 잘 못 취하고 멋쩍어서 밋밋하게 찍는 나는 가이드에게 맡기고 싶었다. 가이드가 알려주는 포즈를 취하며 재밌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남들 사진 찍는 모습 보는 걸 좋아한다. 한창 예쁜 나이의 여자 친구들끼리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싱그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아줌마들끼리 재밌는 포즈로 사진 찍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
포토스팟의 투명 바닥은 더 넓었고 생각보다 더 아찔했다. 우리 부부 외에는 일행이 모두 여성이었는데, 팀마다 꼭 한두 명 "나 못 찍어. 무서워!" 그런다. 눈감고 남의 팔에 의지해서 가는 분도 있고 기어가는 분도 있었다. 나도 안 보고 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찍겠다고 하고는 갑자기 앞에서 우뚝 서버렸다. 숨이 턱 막혔다. "뭐하냐? 찍는다며." 남편이 나를 끌었다. 앉을 때까지 심장이 막 뛰었다. '바닥만 안 보면 돼.' 신나게 양팔을 벌리고 날아가듯 찍기도 하고 같이 손하트도 하고 찍었다. 맨날 남들 찍는 거 구경만 하며 웃다가 나를 찍으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둘이 다니며 한 번씩 셀카를 찍는데, 나이가 들면서 사진 속의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아 점점 안 찍게 된다. 마카오타워에서 열심인 가이드 덕분에 한껏 포즈를 취하며 찍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사진 속 모습이 예쁘진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다. 나중에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남편은 팔을 이상하게 벌렸다. "뭐야, 사이비 교주야?" 손하트도 나는 두 손, 남편은 한 손, 말도 몸도 표현에 서투른 남편이다. 전망도 투명 바닥의 아찔함도 인상적이었지만 멋진 공간에서 함께 신나게 사진 찍었던 기억에 웃음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