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5시 반에 일어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7to4 근무를 하고 있다. 7시에 칼같이 자리에 앉는 분위기는 아니라서 '대충 7시쯤' 와서 또 '대충 4시쯤' 간다. 지금처럼 추운 계절에는 깜깜할 때 출발해서 회사에 도착해야 겨우 동이 터 있다.
처음부터 내가 7시 출근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사실 8to5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 사정과 복잡한 교통 상황이 맞물려 7시 출근으로 고정되었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고통스러울까 걱정했으나 막상 해보니, 몇 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든 출근하기 싫은 건 매한가지인 듯싶다. 7시 출근 어떻게 하냐고 기겁하는 지인들에게도 "그래서 9시에 출근하면 엄청 개운하고 행복하니…?"라고 말해주면 대부분 납득한다.
잠순이의 7시 출근 후기를 적어보자면, 다행히 지금까지는 실보다 득이 많다. 일단 저녁 시간이 여유롭다. 집에 도착하면 4시 반 정도가 되는데 한숨이 아니라 열숨을 돌려도 시간이 널널하다. 쪽잠 좀 자고 집안일 휘휘 하다가 저녁식사 챙겨 먹어도 아직 오후 7시다. 퇴근 후 밥만 차려먹어도 밤 9시였던 이전과는 질적으로 확실히 다른 삶이다.
조퇴 등의 근무상황 없이 병원을 갈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뿔이 났는지 최근 병원 갈 일이 좀 있었는데, 그냥 퇴근길에 슥 들리면 그만이라 편했다. 늦게까지 열려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거나, 전화해서 몇 시까지 접수해야 하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운전 6년 차지만 내 차는 처음 끌어보는 사람으로서 출퇴근 시 도로 사정도 중요하다. 사실 출근 초기에는 남편 출근준비 패턴과 미묘하게 안 맞는 게 신경 쓰여서 7시 반 출근도 고려했었다. 그러다가 다른 볼일로 평소보다 늦게 출근한 어느 날, 꽉 막힌 도로에 갇히는 경험을 한 뒤에 그냥 7시 출근으로 확정했다. 30분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비교적 한산한(차가 절대적으로 적지는 않다) 도로 위에서 동트는 걸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그리고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잠에 취한 남편의 배웅을 받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회사가 멀고 오전 8시 반 출근인 남편은 언제나 새벽(내 기준)같이 집을 나서곤 했다. 나는 그 시간에 보통 자고 있거나 씻고 있어서 얼굴을 못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정확하게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나 갈게."
"우웅. 다녀와요."
매일같이 거의 바뀌지 않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새로운 모닝 루틴이 되었다. 때로는 깊은 잠에 빠져 대답하지 않기도 하고 일어나 앉아있거나 일찍 씻으러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 소소한 변칙들을 맛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 외에도 하루를 길게 쓰는 느낌과 집중도가 높은 점심 이전 시간의 활용으로 높아진 업무 효율, 훗날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남편이 등원시키고 내가 하원시키면 되겠다는 막연한 안심(물론 우리의 생식세포들은 아직 썸도 안 타고 있다) 등의 이점이 있지만…….
어쨌든 오늘도 일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