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역발상의 미학: 고정관념을 뒤집는 혁신의 기술

[방구석5분혁신.경영혁신]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경영 혁신의 출발점은 경계 허물기다. 고정된 역할과 사고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팀장의 첫 번째 과제는 팀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창의성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합에서 생겨난다. 일상에 갇힌 상식을 넘어서라. 동양 철학의 통합적 사고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과거의 성공에 머물지 말라. 창조적 파괴로 미래를 준비하라. 융합과 유연성, 새로운 리더십 덕목이다.


예전의 축구는 단순했다. 공격수는 공격만 했고, 수비수는 수비만 했다. 오케스트라 악기처럼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역할은 고정적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모두가 공격하고, 모두가 수비한다. 이른바 '토털사커'다. 모든 선수가 공격수이자 동시에 모든 선수가 수비수다. 재즈 연주자들이 서로의 선율과 리듬을 주고받듯, 선수들은 끊임없이 각자의 역할을 주고 받는다. 현대 축구의 진화다.


▶ 축구에서 배우는 현대 조직의 유연성


이런 변화는 혁명적이다. 수비수의 공격과 공격수의 수비. 더 이상 누구도 한 가지 역할에 갇히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유연하다. 단순한 전술 변화가 아니다. 창의성의 확장이다. 각자의 역할을 바꾸고 섞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의 변주다. 수비수가 그려내는 공격의 리듬, 공격수가 쌓아 올리는 수비의 장벽. 그들은 상식을 벗어난 움직임으로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난 선수들. 끊임없이 스스로의 포지션을 재창조하는 축구는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은유다. AI 시대를 현대인이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도전이었다. 아니, 모험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합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큰 인기를 끌며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비결은 바로 '낯섦'에 있었다. 백발의 노인들과 배낭여행이라는 조합. 그 이질적인 요소들이 만나서 부딪쳤고, 창의의 불꽃이 피어났다. 70-80대의 할아버지와 청춘의 상징인 배낭여행. 부조화의 조합이기에 오히려 신선했다. 낯선 극단의 결합이 창의성을 빚어낸다. 창의성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이다. 서로 다른 색이 만나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듯, 익숙함을 넘어서야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 낯섦이 주는 의외성의 미학


'토털사커'와 '꽃할배'. 여기서 겹쳐보이는 공통된 개념이 있다.  바로 '이질의 결합'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의 만남. 그 연결은 새로운 창조로 이어진다. 공격수와 수비수, 할아버지와 배낭여행.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요소들이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순간, 혁신이 시작된다.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 혁신의 시작점이다. 역발상의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이런 역발상의 사례를 본다. 그의 작품 <골콘다>를 보면, 정장을 입은 신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진다. 원래의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고, 없어야 할 자리에 있다. 일상적인 요소들의 비일상적 배치다. 이런 비틀림이 우리에게 낯선 감각을 선사한다. 일상과 비일상을 섞어내는 상상력의 힘이다. 마그리트의 또 다른 작품 <빛의 지배>도 마찬가지다. 하늘은 낮인데, 거리는 밤이다. 단순히 낮과 밤의 시간적 전복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에 대한 도전이다. 상식의 전복이다. 이런 도전과 전복이야말로 창의성의 본질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데페이즈망(dépaysement)'-데페이즈망은 프랑스어로 '장소의 전환'이나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주로 예술, 문학, 심리학에서 사용된다. 특정한 맥락에서 사물이나 상황을 비일상적인 환경이나 맥락으로 옮겨 놓는 과정을 가리킨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익숙한 사물을 상식의 맥락에서 떼어내 전혀 다른 맥락에 배치했을 때, 비로소 낯선 시각이 열린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고 혁신이다. 마그리트의 예술 세계는 우리의 인식 체계를 흔드는 도발이다. 관습을 깨부수고, 상식을 뒤흔드는 도전이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철학적 제안이다.  


▶ 하나로 연결된 모든 것, 동양 철학의 지혜


이 창의성은 철학적 개념인 '일원론(一元論)'과 연결된다. 일원론은 모든 존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서로 다른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거다. 낮과 밤, 빛과 그림자.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거다다. 절 입구에 서있는 '불이문(不二門)'의 '불이'가 바로 이런 사유를 담고 있다. 불이는 '둘이 아니다'라는 의미다. 번뇌와 해탈, 빛과 어둠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불가의 가르침이다. 대립과 구분을 넘어서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다.


‘유무상생’을 역설했던 노자철학도 같은 맥락이다. ‘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고하상경(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도덕경 2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있음과 없음, 길고 짧음, 높음과 낮음이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의 개념'이라는 의미다. 모든 것이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가르침이다. 


상반되는 개념들의 이어짐에서 우리는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다. 다른 게 결코 다른 게 아니라는, 맥락에 따라 정답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삶의 통찰이다. 깐깐한 '구분'을 넘어선 품 너른 '통합'의 지혜가 필요한 건 그래서다. 모든 것의 상호 관계성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유연함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구분'이 중요했다.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다. 그 잣대로 우리는 지금껏 세상을 살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과거의 지식과 경험으로는 세상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졌다. 변화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서다. 변화를 품어안지 못하고 옛날의 잣대만 들이대니 세상과 자꾸 어깃장이 난다. 그럼에도 과거에 사로잡혀 과거의 판단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꼰대’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시대. 필요한 것은 유연함이다. 유연함이란 뻣뻣하기 짝이 없는 과거의 기준을 던져버리고, 구분과 차별의 틀을 깨는 것이다. 정답과 오답을 나누는 고착화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시선을 입체적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야말로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의 덕목이다.


▶ 이질적 결합이 창조하는 미래: 융합의 시대


고철 더미 속에서 열린 화려한 패션쇼, 클럽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연주회, 자동차 디자인에 도입된 패션의 요소들. 융합의 시대를 상징하는 이벤트들이다. 창의성은 더 이상 하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에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 통신과 자동차 기술의 만남, 인공지능과 의료 기술의 협업, 드론 기술과 농업의 융합, 스마트 가전과 에너지 관리의 결합. 이런 퓨전과 하이브리드의 이종결합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경험이 아니다. 모두 과거의 산물일 뿐이다. 우리의 눈은 미래를 향해야 한다.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세상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 변화에 발맞추어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들이 과거의 성공에 갇혀 있다. 성공의 덫이다. 경험의 감옥이다. 혁신을 원한다면,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질의 결합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전혀 다른 것들을 이어보고, 붙여보라.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 '해(日)'와 '달(月)'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합쳐 '현명함(明)'을 만들어내듯, 통합과 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융합은 단순히 기술과 기술의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의 결합이기도 하다. 이질적인 문화의 교류,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의 충돌 속에서 혁신이 태어난다. 기존의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다. 단언컨대, 이질의 결합이 새로운 세상을 빚어낸다.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른다. ⓒ혁신가이드안병민


☞ Insight Box. 팀장을 위한 실용적 혁신 가이드 7
 
1. 고정관념 타파: 역할 고정에서 벗어나 유연한 협업을 이끌어내라. 
 토털사커처럼 유동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라.
 
2. 이질적 결합: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의 만남이 창의성을 촉발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결합하라.

3. 새로운 시각 장려: 기존의 방식을 의문시하고, 관점 전환을 통해 
 혁신적 해결책을 탐색하라.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팀을 이끌라.

4. 통합적 사고: 노자의 ‘유무상생’처럼 상반된 요소를 연결하라. 
 기능 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라.

5. 과거의 틀에서 탈피: 성공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변화에 발맞춘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라. 팀원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라.

6 융합 추구: 다양한 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라. 
 실험적 프로젝트로 창의성을 높여라.

7. 창조적 파괴: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라. ⓒ혁신가이드안병민

● '방구석5분혁신' 브런치 글이 내 일과 삶의 행복한 경영혁신에 도움이 되었다면 잊지 마세요,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를 날개 삼아, 죽도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