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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오 Dec 05. 2023

꼬마작가

“이게 생화예요? 생화는 처음이에요.”

초롱이는 생에 첫 출간기념회를 축하해 주는 꽃다발을 받아 들고 신기하다는 듯이 코끝으로 향기를 맡으며 연신 미소를 한가득 내뿜는다. 12살 나이엔 처음인 것이 아직 많을 때 이긴 하지만 생화 서너 송이쯤은 생일이나 유치원 졸업식 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라도 한 번쯤은 받아봤을 텐데 처음이라며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짠했다.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나는 기분에 마음이 아렸다.

초롱이의 꿈은 동화작가다.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여름방학 동안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작가님이 문화지원사업으로 꾸린 청소년 온라인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동출간이라는 결과물을 얻게 된 것이다. 카페에 가입해서 5주 동안 매주 작가님이 내주는 제시어로 글을 써서 기한 내에 업로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책을 받아 들고 방긋방긋 웃으며 요즘 아이답게 셀카를 찍어 바로 인스타에 올렸다. 함께 축하해 주러 온 6학년 동네 언니에게 자기가 쓴 글을 보이며 자랑을 했다. 마치고 포항 시내가 보이는 초밥집에서 식사를 했다. 

“오늘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행복한 날이에요.”

초롱이의 밝은 미소와 자주 볼 수 없는 수다스러움을 보면서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안내하길 잘했다는 생각에 듯했다. 초롱이는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의지했던 아버지 마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기 때문에 하나뿐인 오빠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외롭고 힘든 마음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달랜다.  

그날이 초롱이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 세상살이 춥고 팍팍할 때 꺼내어 이불처럼 덮기도 하고 솜 베개 삼아 얼굴을 묻고 비빌 수 있길 바란다. 세월이 흘러 어느 뉴스 기사에서 만날 초롱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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