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생일파티 with 홈메이드 케이크
베이킹 모르는 똥손이 아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게 되었다. 중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의 생일파티를 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2-3학년만 되어도 생일 파티를 잘 안 하는 분위기였는데, 이곳의 상황은 달랐다.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는 많은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다양한 파티 경험을 했고, 불과 몇 주 전에도 집에서 보낸 생일 파티에도 다녀오고, 시내의 방탈출(Escape Room) 게임장에 외국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미스터리와 열쇠를 찾아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많은 생일파티 중에 하나 공통된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홈메이드 케이크였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문화 차이로 인한 생일상 vs. 홈메이드 케이크의 모습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일상이 주가 되어서 미역국과 불고기, 잡채 등 우리는 푸짐한 생일상을 생일의 기본 조건으로 하지만, 외국 문화는 생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서, 다 같이 불을 끄고 촛불을 부는 것, 그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주변에 널린 게 베이커리요,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케이크는 당연히 빵집에서 사 오는 게 너무 당연한 나였지만, 해외살이에서는 아무리 주변에 한국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있다고 해도, 그 주변에 살지 않는 한, 가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다. 물론 배송의 천국인 중국에서는 케이크와 각종 맛있는 빵들이 총알배송 되지만, 해외살이를 하다 보면 자급자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며, 또 베이킹책을 ebook으로 구매해서, 취미 삼아 가족 식사용 빵을 종종 만들긴 했었다. 하지만, 나는 베이킹을 배워본 적이 없는 독학파 똥손이다.
엄마, 케이크는 꼭 만들어줘, 그리고 풍선 불어서 바닥에 놔줘.
갑자기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는 아들 말에, 외국 친구들을 불러서 집에 초대한다는 것도, 일정 조정을 하는 문제 등도 나는 너무 쑥스럽고 예민한 성격에 걱정이 되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어서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아들의 주문은 홈메이드 케이크! 엄마가 꼭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 특히 우리가 밥을 하듯이 빵을 만드는 엄마를 둔 서양 친구들과 밀가루가 주식인 베이징에 거주하는 동양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케이크를 내놓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가끔 홈베이킹을 하지만, 여러 번 빵을 망친 똥손 엄마를 보고도 그런 용감한 부탁을 하는 아들한테, '기가 막히게 하는 판매자 연락처 알아놓았어. 위챗 사진 보니까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있어.' 하면서 보여줬지만, 못 생겨도 좋으니 꼭 엄마가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마 여러 생일 파티의 경험으로, 친구들 중에 케이크를 산 친구들을 본 적이 없는 듯했다.
꾀를 내어서 마트에서 믹스용 브라우니 케이크를 사서 구워서 아들과 남편한테 테스트하니, 너무 달아서 한 두 입 먹고 안 먹는 결과에 레시피를 찾기 시작했다. 2개의 레시피를 사서 1주에 2개의 케이크를 만들어서 또 테스트에 들어가고, 남은 케이크 먹다가 나는 점점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결국 1개의 레시피가 두 남자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내가 아들내미 하나 때문에 뭐 하나 싶다가도, 또 막상 아들의 생일을 위해서 대단한 케이크는 아니지만, 투박하지만 좋은 재료를 써서 직접 만드는 케이크도 꽤 매력이 있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아들 생일에 가족들을 위한 케이크를 만드는 게 나의 소소한 재미이기도 했다. 전문 제빵사들처럼 빵틀을 사용해서는 못 만들고 무조건 떠먹는 형태 없는 케이크가 홈메이드 케이크로 제격이다. 단, 누구한테 먹으라고 내놓기는 부끄러웠다.
집에는 계속 케이크 재료들이 배송되기 시작하고, 실패하면 또 사고, 두 남자는 시식남 역할을 했다. 꼼꼼한 탓에 행동도 느리고, 마음은 급하고, 1년 치 케이크를 다 먹은 2주를 보냈다.
아침으로 남은 케이크를 주기도 하고, 지겨울까 봐 M&M도 올렸다가, 오레오도 부수어봤다가 나름 데코레이션도 해보고, 열심히 연구했다.
엄마와 아빠는 공기 주입기로 전완근 운동을 하며 아들의 생일파티를 위해,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아빠, 풍선 벽에 붙이지 마. 그냥 발로 차고 놀 거야."
“그래? 붙여야 이쁘지.”
“아니야 그냥 바닥에 놔둬.”
결국 큰 건 붙이고, 작은 건 바닥에 두고, 중학생의 아기자기한 생일파티를 잘 보냈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시내로 데리고 가서 간식을 먹으며, 볼링을 3시간 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점심으로 아들의 요구대로 피자를 주문했다. 남자 애들 총 6명이라서 피자 4판, 라자냐 2개, 스파게티 2개, 샐러드 1개를 주문했는데, 남을까 봐 걱정했는데, 메뚜기떼가 지나간 것처럼 다 먹었다. 중학생들의 먹성이란 정말 대단하다. 이미 볼링장에서 초콜릿과 과자도 몇 봉 비우고, 음료수까지 해치웠어서 배가 덜 고플 줄 알았다.
가장 뿌듯했던 건 역시 홈메이드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렸다는 거다. 아들이 가장 기분 좋아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엄마가 자신 없어하며 만든 걸 외국 친구들이 잘 먹었을 때, 자기가 덜어주며 신이 나셨을 모습이 상상된다.
“Does anyone want seconds?”
“Yes!!”
“엄마! 배부른데도 애들이 케이크 더 달라고 했어. 너무 맛있대.”
이래서 홈메이드 케이크를 만드나 보다.
밀가루가 주식이고, 엄마들이 늘 베이킹을 하는 친구들한테 배운 적도 없는 베이킹 똥손이 케이크를 잘 먹으니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못 생기고, 볼품없는 케이크일지라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라는 점과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케이크가 아이들한테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더 기쁜 감정을 선사했다. 오전 일찍 9시부터 만나서 볼링을 실컷 치고, 집에 와서 엄마 아빠가 자리 비워주니 더 잘 놀고 간 아들의 순수한 친구들과의 즐거운 생일파티였다. 한 외국 친구는 한국의 스팸 사랑이 궁금했는지, 너희 집에도 스팸이 있냐고 물어봐서, 아들은 주방에서 스팸을 가져다 보여주고,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생일파티를 보냈다.
아이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준 친구들, 중국 떠나면 많이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