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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동 유리몸 Dec 05. 2023

소소한 취미

여자친구를 찍기 위해 시작한 카메라

브런치 스토리가 처음이라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항상 의심을 하지만 그렇게 많은 글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우선은 내 감정상태를 헝클어지지 않게 표현해 내기 위해 낙서장처럼 이용하려고 한다 

내 얘기를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하는데 그중 오늘은 취미생활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2017년 우연한 기회로 카메라를 선물 받게 된다. 그것도 상당히 고가의 카메라였다. 브랜드도 모르고 카메라 다룰 줄을 더더욱 모르던 상황에서 받은 선물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소모임 카메라 동호회에 들어갔는데 거긴 카메라를 명분으로 술모임이 잦았던 곳이어서 얼마 안 나가고 혼자 찍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은 있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많이 찍고 인화해서 간직해야지, 결혼하면 아내와 아이를 위해 잘 찍을 수 있게 연습해 놔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취미가 생기게 되었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무작정 찍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원리도 모른 체 찍었고 사실 지금도 이론을 설명하라고 하면 잘 못한다. 카메라쟁이들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더불어 보정도 기분 내키는 대로 한다. 포토샵은 건들지도 못한다. 


보정한 사진들을 보면 이게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로 대단한 사진도 있으며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나의 개똥철학은 그렇다. 최대한 보정을 안 한 사진에서 이쁜 사진을 찍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인스타를 위해 최대한 이뻐 보이게 과한 보정이 들어간 사진이 많다. 물론 보정의 정답은 없다. 정도는 있을 뿐 그렇지만 내 기준에서 보자면 사진은 피사체를 최대한 그대로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점에 나의 애정이 들어간다면 사진은 보정을 하지 않아도 이뻐진다고 생각한다. 이뻐진다는 것도 사실 주관적인 것인데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나의 바라보는 시점에 필터역할을 해준다. 

인물사진이 보통 그렇다. 자연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방정식처럼 구도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저렇게 9 분할 원경근경중경 이런 말을 쓰면서 자연사진을 찍으면 보통 다 이쁘게 인스타에서 많이 본듯한 자연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나만의 구도를 찾기 위한 여행이 필요하다 에세이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예술작품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개성이 담긴 구도와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애정이란 필터를 이용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보정효과를 넣는다면 더없이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 든다. 


살아내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애정이 없이는 살아가는데 무미건조해진다. 과한 포장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적당한 애정으로 내 인생을 돋보이게 하면서 살아가는 게 보다 뿌듯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적당함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완성된 인생을 볼 수는 없지만 성장하는 과정을 우리는 느낄 수 있고 그런 우리를 옆에서 지켜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적당함에 정답은 없고 정도만 있을 것이다. 그걸 계속해서 조절하면서 살아내는 게 우리의 목표일 것이고 때론 참고도 하고 때론 전문가의 도움도 받게 될 것이다. 때로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내 인생은 후자였다. 지금까지 나를 만들어준 이는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물욕도 목표도 없이 살아온 나에게 항상 나를 사랑으로 꾸며준 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없지만, 그런 상대가 있어야 나는 내 인생이 있었다. 수동적인 삶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삶이 잘 맞았다. 하얀 스케치북위에 어느 날은 빨간색이 어느 날은 파란색이 어느 날은 보라색이 칠해져 있다.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는 게 내 행복이었으니 그랬다.

다시 한번 내 행복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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