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로 사극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남장을 한 여주가 내시가 되어 왕세자와 사랑에 빠지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때는 그저 재미있는 로맨스 사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왕세자가 바로 동궐도를 그리도록 지시한 조선의 왕세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팩션드라마에서 조선의 왕세자를 알고, 그 세자가 만들었다는 동궐도를 보러 국립 고궁박물관으로 갔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은 조선 왕실과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2층과 1층, 지하 1층에 테마별로 조선 왕실, 대한제국, 조선의 과학 등으로 되어있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에 지어진 궁이 창덕궁과 창경궁인데, 동궐도는 바로 이 두 개의 궁을 그린 그림이다. 북궐도는 경복궁의 전각들을 그린 그림이고, 서궐도는 경희궁을 그린 그림이다.
16폭 화첩으로 비단에 그려진 동궐도는 현재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화첩이 보관되어 있고, 병풍형태의 동궐도는 동아대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어 둘 다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효명세자의 할아버지는 22대 왕 정조이고, 아버지는 23대 왕 순조이며, 아들은 24대 헌종이다. 그의 이름은 이영. 시호는 효명이다. 세자시절 19세에 아버지 순조의 어명으로 대리청정을 시작했고, 대리청정 3년 만에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후에 익종(추존왕)으로 추존되었다.
동궐도 그림 이야기 전에 잠시 세도정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정조 이후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순조는 왕비인 순원왕후의 아버지 김조순이 권력을 잡으면서 제대로 정사를 펼칠 수 없었다. 그렇게 외척의 권력이 왕권보다 강한 시기가 25대 철종까지 60년 동안 이어지는데, 이것이 세도정치다.
서울역사편찬원 복도
동궐도 그림이 언제 그려졌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동궐도 그림을 살펴보면 그 연도를 추정할 단서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우선, 1824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의 경복전이 빈터로 그려져 있고, 1830년에 화재로 소실된 창경궁의 경춘전, 환경전, 양화당이 그려져 있다. 그래서 1824년~1830년 사이에 그림이 그려졌다고 본다면, 그 시기는 순조대신 효명세자가 대리청정 하던 때이다.
효명세자는 약해진 왕권, 외척에게 휘둘리는 왕인 아버지를 안타깝게 보며 자랐기 때문에, 대리청정을 하면서 왕권 강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동궐도를 그리도록 지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궐도 그림 속에 할아버지 정조를 따라 하고픈 효명세자의 뜻이 곳곳이 담겼다.
그림에서 찾아본다면, 창덕궁 후원의 규장각이 원래 크기보다 크게 그려져 있고, 동궁인 중희당에는 풍기대, 해시계, 측우기 등 과학을 중시했던 정조의 뜻을 담은 과학기구가 그려져 있다.
동궐도 그림은 모르고 보면 잘 그려진 궁궐의 그림일 뿐이지만, 알고 보면 숨겨진 조선의 이야기를 찾게 되는 보물지도라고 생각했다.